주한미군의 유류저장 시설중 상당수가 파손 또는 부식되는 바람에 기름이 유출돼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미군측은 기름유출이 확인되면 시설을 즉시 철거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자체 규정도 무시하고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장기간 이를 방치하고 있다.
이는 미군이 본토의 경우 환경관리청(EPA) 기준에 맞춰 군사용 유류저장 탱크를 97년까지 모두 교체하고 독일주둔 미군도 독일의 환경기준에 맞춰 군 시설을 운용하며 오염피해도 이에 따라 보상해 주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7일 국방부와 주한미군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장비연료용이나 난방용으로 사용중인 기름탱크는 모두 2000여개로 대부분 50∼60년대 이후 설치돼 매우 낡은 상태다.
군 관계자들은 전체 기름탱크의 30% 이상인 700여개가 심하게 파손 또는 부식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 평택 진위천의 경우 미군부대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으로 논과 지하수가 심하게 오염되면서 물고기를 잡으면 악취가 나고 경기 오산 미군 비행장 주변에서는 농작물 경작이 어려울 정도.
전북 군산에서는 지난달 미군부대가 기름이 섞인 오폐수를 무단방류하다 시민단체에 적발됐다.
주한미군 규정은 매달 유류저장 시설을 점검하고 기름 누출이 확인되면 즉시 철거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유류탱크 배관이 터져 발생한 경기 의왕시 백운산 계곡 기름유출 사고의 경우 미군측은 1년5개월이 지난 지난달 13일에야 환경부와 공동조사를 실시했다.
한편 최근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으로부터 일부 기지와 시설을 돌려받고 있지만 기지 내부와 주변지역의 환경오염에 대해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없어 막대한 처리비용을 떠맡아야 한다.
한미행정협정(SOFA)이 “미국정부가 시설과 구역을 한국 정부에 반환할 때 미군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녹색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00여개 시민단체는 주한미군의 환경문제를 포함한 한미행정협정 개정안을 9일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키로 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기름누출을 알면서도 탱크보수나 교체작업을 일부러 미루지는 않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 미군 폐기물을 처리하는 한국업자들이 폐유찌꺼기 등을 몰래 버려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