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5일 정형근(鄭亨根)의원의 ‘빨치산’발언에 대한 여권의 강경대응과 관련해 “빨치산이 아니면 됐지, 뭘 그러나”라고 옹호하자 국민회의가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민회의의 대응 자체가 ‘과잉’이라며 맞대응을 피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총재의 발언 이후 연일 “정치지도자로서의 이총재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6일의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기본이 안된 사람이 정치를 하니 나라가 이 모양이다. 이총재가 정의원에게 죽음의 계곡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등의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도 “‘아니면 그만이지’란 말이 앞으로 청소년의 유행어가 될까 걱정”이라면서 “이총재가 무슨 약점이 잡혀서 정의원의 가장 잘못된 발언을 어처구니 없이 변호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7일에는 이총재의 도덕성 문제까지 거론했다.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총재가 ‘이도준(李到俊)기자, 언론문건을 이총재와 먼저 상의’라는 일부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법대응 등 강경대처하더니 정의원의 ‘빨치산’발언에 대한 여당의 항의에는 ‘아니면 그만이지’라고 한 것은 이중적 인간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논평은 이어 “‘타인의 인격도 자신의 인격만큼 소중하다’는 민주사회의 기본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 지도자 행세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자 수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총재측은 “말의 본뜻이 그게 아니었는데 하나하나 꼬투리 잡는 여권의 행태에 대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