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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큰 틀'의 정치를

입력 | 1999-11-07 20:05:00


무슨 일이나 선후(先後) 경중(輕重)이 있고 줄기와 가지가 있다. 요즈음 우리 정치판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여야(與野) 모두 무엇이 줄기이고 무엇이 가지인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4일의 한나라당 부산집회에서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한 발언 중 ‘빨치산 수법’운운한 대목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오해를 살 만하다. 여권에서는 사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정치권의 발목을 묶을 정도로 여야간에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의 중심에 놓여질 사안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여당 주장대로 그의 발언이 헌정을 파괴했거나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면 법에 따라 판단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지 그것 때문에 정치가 제자리걸음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부산 집회에 이어 내일 수원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한나라당에도 정치를 제자리에 놓고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나라당은 여야대화가 안되니 언론탄압의 실상 등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 장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의 장(場)은 역광장이나 운동장 공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회의사당이어야 한다. 정기국회가 개회되어 있는데도 구태여 이를 외면하고 장외로 뛰쳐나가는 구태는 이제 버려야 한다. 정치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국회다.

본란이 여러차례 지적했듯이 여야가 당장 해결해야 할 우리정치의 ‘중심’과 ‘줄기’가 되어야 할 사안은 분명하다. 최대 현안인 ‘언론대책문건’파문은 여야가 합의한대로 국정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고 이를 위해 양측은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내년 4·13총선을 위한 선거법 국회법 정당법 등 개혁입법 작업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시간적 여유가 없다. 또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거나 제출될 550여건의 각종 법안도 성실하게 심의해야 한다.

극한적인 대치상황을 푸는 방법의 하나로 얼마전 여권쪽에서 비친 여야 총재회담도 다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 아무리 상황이 악화되고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파행국회 날치기국회는 피해야 한다. 여야가 큰 틀에서 문제의 본질을 보고 해법을 찾는 지혜와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