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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 뉴라이프 3]멀티 패밀리

입력 | 1999-11-07 20:05:00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리엄 햄(47)은 1남1녀를 둔 아버지다. 햄의 가족이 보통 가족과 다른 점은 햄과 12년째 사는 ‘부인’ 마르셀도 남자라는 사실.

이들 동성애 부부의 딸(2)과 아들(11개월)은 아빠만 두 사람인 셈이다. 그러나 남매의 실제 아빠는 다르다. 딸은 햄의 정자로, 아들은 마르셀의 정자로 태어났다. 엄마는 더 복잡하다. 난자의 주인인 엄마와 열달간 품어준 자궁의 주인공이 다른 것이다.

▼전통적 가정 무너져▼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가 최근 밀레니엄 특집에서 소개한 이 가족은 미래사회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미국의 이혼율은 60%에 육박한다. 18세 미만은 4명 중 1명꼴로 이혼 또는 별거 부부의 손에서 자란다. 프랑스에서는 신생아의 37% 이상이 혼외 출산이다.

전통적 가정이 무너지고 새로운 가족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미래가족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 ‘멀티 패밀리’를 꼽았다.

‘복합가족’ 또는 ‘다원가족’이다. 한 개인이 여러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한 가정도 다양한 출신으로 이뤄지는 현상이다.

극단적으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를 입양한 게이 부부가 이혼해 각각 재혼한다고 가정하면 이 아이는 △생물학적 부모 △대리모 △2명의 아빠 △2명의 새 아빠 등 5명의 아빠와 2명의 엄마를 갖게 된다.

새 밀레니엄의 아이들은 “난 아빠가 셋이야” “난 엄마만 둘인데” 하는 식의 대화를 나누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델라웨어대 타마라 하레븐 교수(가족사회학)는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며 “가치판단을 떠나 결국 사회는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모도 母權 주장▼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2001년의 인구센서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성애 부부(same―sex couple) 항목을 신설해 이를 가족형태의 하나로 공식 인정키로 했다.

지난달 프랑스 의회는 동거 부부에게도 결혼한 부부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MSN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는 대리모도 엄마로서의 공동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49%나 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