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의 붕괴 10주년을 맞아 독일은 9일 통일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다양한 행사를 갖고 그날의 감격을 되새긴다.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이날 오후 연방의회에서 열리는 공식기념식. 장벽붕괴 당시 현직에 있었던 헬무트 콜 전총리,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이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에버하르트 디프겐 베를린시장은 부시 전대통령에게 명예 베를린 시민증을 수여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그러나 독일정부가 베를린 장벽 붕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구동독 저항단체와 시민을 대표하는 인사를 연사로 초청하지 않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89년 당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동독 저항단체 ‘노이에스 포룸’의 공동창립자인 베르벨 볼라이는 10년전 목숨을 걸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무시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이번 행사의 연설자 선정은 당시 변혁을 실제로 이끌었던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벽붕괴 당시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축하공연을 가졌던 세계적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165명의 첼리스트와 함께 현장에서 앙코르 축하공연을 갖는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