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회장의 구속으로 빚어진 언론탄압 시비과정에서 중앙일보로부터 집중타를 맞았던 청와대 등 여권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김한길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9일 중앙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 그 신호탄. 김수석의 소송제기는 또 현정부와 중앙일보 간의 언론탄압시비가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수석은 중앙일보가 4일, 자신의 양수리 집에 대한 ‘위장전입, 별장 탈법건축’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가 제시한 반론보도중재안을 거부함에 따라 사법대응에 들어간 것.
이에 앞서 중앙일보의 언론탄압 관련기사를 6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과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중재가 결렬될 경우 법적 대응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어서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여권인사들의 이같은 강경자세는 이미 예견됐던 일. 홍회장 구속 이후 중앙일보의 보도가 일방적인 주장이나 음해이기 때문에 명예회복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중앙일보의 보도가 개인을 넘어 정권 차원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일련의 조치는 개인 명의로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 차원의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김수석도 8일 개인 성명을 통해 “정책기획수석 김한길의 불명예는 곧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부에 몸담은 공직자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같은 대응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수석이 성명을 통해 중앙일보 보도를 반박한 내용은 양수리 집에서 실제로 거주했기 때문에 위장전입이 아니고 별장도 아니며, 어떤 부정과 비리도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이 요지.
그는 그러면서 “언론의 힘과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입증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