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이면 ‘The Fools’란 만화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동시에 나온다. 젊은 만화가인 윤인완이 스토리를 쓰고 양경일이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두 사람 외에도 10명에 가까운 어시스턴트들이 작업을 보조했는데, 나도 보조 스토리 작가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그 때문에 외국어로 만화를 그리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아주 간단하고 하찮은 작업으로 보이지만, 가장 골치 아팠던 것 중의 하나가 의성어와 의태어를 그려넣는 일이었다. 비가 내리는 장면엔 보통 ‘쏴아아아’를 써넣고, 화살이 날아가는 장면에는 ‘슈욱’이라는 말을 삽입한다. 그런데 일본어로는 어떻게 될까?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일본 만화를 샅샅이 뒤져가며 같은 장면을 참조해 하나하나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사소하게 보이는 작업까지 꼼꼼하게 하는 것일까? 독자들은 보통 만화에 그려져 있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가볍게 지나치지만, 실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없으면 만화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구공이 공중에 떠있는 장면에 의성어가 없으면 의미를 알 수 없지만, ‘통통’이라는 의성어를 써넣으면 공이 혼자서 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방금 전까지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든다. 똑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라도 ‘휙’이란 의태어는 고개를 돌리면서 화를 내는 장면을 나타내고, ‘벌컥’이란 말은 갑자기 화를 내는 장면을 만든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연속된 그림으로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지만 만화는 정지된 그림을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면 만화는 슬라이드처럼 재미없었을 것이고 마이너 장르로 전락했을 것이다.
만화가들은 정지된 화면으로 움직임을 표시하기 위해 여러 가지 궁리를 해왔다. 물체의 윤곽을 흐릿하게 그리거나, 배경 화면에 빗금처리를 하는 것도 물체에 속도감을 주고 움직임을 표시하는 중요한 기법이다. 의성어와 의태어도 마찬가지. 적절한 의성어와 의태어는 정지된 그림을 생동감있게 만들어준다.―끝―
김지룡〈신세대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