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문건 고소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문일현(文日鉉)중앙일보 기자의 ‘귀국 보따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문기자가 가지고 들어올 노트북컴퓨터 등에서 사건해결을 위한 중요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기대.
정상명(鄭相明)서울지검 2차장검사는 8일 “문기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물증은 모두 요구해 놓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언론대책문건 원본과 3장짜리 사신(私信)의 실종으로 ‘물증은 없고 엇갈린 진술만 있는’ 어려운 수사가 돼 버렸다고 말해왔다. 검찰은 또 사건 발생의 진원지인 이종찬 국민회의 부총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주저하다 실기(失機)해 수사의지까지 의심받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기자로부터 물증을 확보할 경우 수사를 급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이 문기자에게 기대하는 핵심 물증은 문기자가 이부총재에게 보낸 3장짜리 사신. 검찰은 문기자의 컴퓨터 파일을 복원해 문제의 사신을 확보하는 작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위해 컴퓨터 전문가들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노트북컴퓨터를 복원시켜 사신의 내용을 확인하면 문건작성 과정에 이부총재측의 요청이 있었는지, 아니면 제3, 제4의 인물이 개입됐는지 등의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기자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검찰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기자의 경우 문제의 문건이 공개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문건이 실제 실행됐다는 것이 확인되고 문기자가 실행되리라는 것을 알았을 경우 공무원의 직권남용죄의 공동정범 또는 종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으나 검찰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사법처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부총재가 4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제출한 문기자의 또다른 문건 4종류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따라서 사신의 내용이 파악되기 전에는 정형근의원의 명예훼손 혐의 유무를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결정적 물증이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 일요일인 7일 수사진 11명 전원이 출근해 문기자에 대한 신문사항을 꼼꼼히 준비했다. 검찰은 4일 조사받은 이부총재의 진술 등을 토대로 문기자에게 △문건작성의 동기와 경위 △이부총재와의 관계 △제3의 관련자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