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사이 해외에서 들려오는 우리나라 금융개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귓등으로 흘리기엔 뼈아픈 내용이 많다. 이들이 지적하는 우리 금융시스템의 위험성 취약성은 현실이며, 적당히 땜질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6일 발표한 한국 금융기관 분석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의 평균적 재무건전도가 조사대상 46개국 가운데 43위로 여전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들이 또다른 충격을 견뎌낼만큼 충분히 개혁되지 않았으며 부실채권 증가와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같은날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의 경제회복과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여전히 한국경제의 흉한 오점으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건전성 여부에 대한 국내 전문기관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준(準)정부계 기관인 국제금융센터는 9월하순 ‘국내 은행들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위기지수가 지난 4월현재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97년10월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가 그 후에도 은행들을 대우사태 및 투신권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 은행 위험도는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64조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55조원(9월말 현재)이나 집어넣고도 이 모양이다. 그 요인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여전한 개입, 무능한 은행장, 정보력 및 기술인력 부족, 신용평가시스템 미비, 늘어나는 무수익 여신 등이 은행권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 무디스는 한국의 은행들이 여신을 시장원리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1차적 책임은 관치(官治)금융을 심화한 정부가 져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권위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도 흘려듣기 어렵다. 이 신문은 5일자에서 ‘한국경제는 금융권 구제방안에 따른 은행 보험사 투신사들에 대한 국유화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옹호하는 시장경제가 아닌 과거의 통제경제로 회귀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의 일부 분석가들은 대우사태와 관련된 금융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적자금을 40조원 정도 더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도 은행 등의 자율적 자생적 경쟁력을 배양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퍼넣은 결과가 제2, 제3의 금융위기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는 일시적 미봉적 시장통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한 개혁비전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