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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일통일 10년의 교훈

입력 | 1999-11-08 19:17:00


동서 냉전의 상징이었던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오늘로 10주년이 됐다. 그동안 분단의 상처를 씻고 새로운 통일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해 온 독일국민의 경험은 아직도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우선 이른바 통일비용 문제다. 독일정부가 통일 후 동독지역의 재건에 투자한 돈은 약 1조5700억 마르크, 우리돈으로 1000조원이 넘는다. 그 결과 동독주민들의 소득이 서독주민들 소득의 거의 90%에 이를 정도로 동서독간의 경제적 불균형은 크게 해소됐다는 평가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정부가 남북한 통일비용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없지만 2000억달러에서 8000억달러 즉 최소한 200조원에서 많게는 독일처럼 1000조원은 들 것이라는 게 민간연구기관들의 추산이다.

현재 정부는 그같은 통일비용을 별도로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통일을 위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문제 등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통일기금’을 마련하기보다는 남북한간의 교류와 협력의 폭을 넓히는데 국력을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막강한 경제력을 가졌던 서독마저 통일 초기 단계에서는 심각한 경제적 후유증을 겪었다. 우리도 언제 통일이 되든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갖추어야 할 것이다.

동서독 주민들간의 이질감 극복문제는 아직도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다. 통일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동독주민들은 서독주민들을 베시스(Wessis)로, 서독주민들은 동독주민들을 오시스(Ossis)로 서로 비하해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이념과 체제 생활방식의 차이가 쉽게 해소될 리 없다. 국민통합을 위해 독일정부는 시민교육프로그램까지 마련하는 등 갖가지 정책을 시행했으나 동서독 주민간의 갈등은 여전히 큰 문제라고 한다. 정치제도적 통합이 됐다해도 사회문화적 이질성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밖에 과거 동독에서 자행된 불법행위 청산작업, 재산권분규, 동독주민들의 자본주의 적응문제 등이 현안으로 남아 있다.

독일은 1972년 동서독간의 기본조약이 체결된 이후 통일이 될 때까지 18년 동안 꾸준히 민족 동질성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냉전체제하에서 형성되어 온 양독(兩獨)주민간의 적대감과 불신을 없애기 위해 과거 서독정부가 기울인 노력은 우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독일이 아직도 국민통합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는 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확립하고 민족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나가는 일이 통일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