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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교육PC 음란물 무방비]"교실서 포르노 봤다"

입력 | 1999-11-08 19:17:00


최근 중고교 교실에 교육 전산화를 위해 컴퓨터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교육적 용도 외에 엉뚱한 용도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학습용 컴퓨터의 교육과 관리에 관한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학생들이 교사들의 눈을 피해 교실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음란물을 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학생들의 컴퓨터학습 등 정보화 교육과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한 효율적인 학습지도가 보급의 주목적.

교육부의 학교 정보화사업으로 전국의 초중고교에 보급된 컴퓨터는 50만여대에 이르고 있다.

▼실태▼

지난달 초 서울 강남의 D중학교에서는 2학년 학생들이 교실내 컴퓨터를 이용해 ‘O양 비디오’를 보다가 단체로 적발돼 ‘주모자’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생들 가운데 누군가 가져온 CD를 인근 몇개 반 학생들이 자기 교실의 컴퓨터에 복사해 깔고 점심시간에 이를 보다가 적발된 것.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어른들이 봐도 충격적인 포르노 비디오를 어떻게 남녀학생이 한반을 사용하는 교실에서 볼 수 있느냐”며 학교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학생들 가운데 누군가 CD를 가져와 깐 것 같다. 컴퓨터에 담긴 모든 프로그램을 지우고 다시 깔았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넘어가고 말았다.

학교측은 또 학부모들에게 “인근의 다른 학교들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 학교는 나은 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근거리통신망(LAN)이 깔려 있는 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컴퓨터 수업시간에 교사의 눈을 피해 인터넷에 접속한 뒤 음란사이트를 관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Y고 김모교사(42)는 “학생들이 전자상가나 PC통신을 통해 음란소프트웨어를 구하는 것은 ‘식은 죽먹기’”라며 “일부 학생들이 음란물을 직접 복제해 학교에서 파는 경우도 종종 적발된다”고 말했다.

▼대책 부재▼

이처럼 음란물이 학생들의 가정에서 벗어나 학교에서조차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사의 눈을 피해 학교에서 음란물을 관람한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지만 사실상 소지품 검사가 아니면 이를 적발해내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몰래 음란프로그램 등 각종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딴짓’을 해도 교사들의 컴퓨터 실력으로는 이를 발견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PC방 등을 드나들며 중학생만 돼도 ‘해커’수준에 이른 학생들이 수두룩한데 상당수 교사들의 컴퓨터 실력은 학생부 작성 등을 위해 워드프로세서를 다루는 정도가 고작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교육을 위해 일선학교에도 인터넷 전용통신망이 속속 깔리고 있지만 음란사이트로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깔아놓은 학교는 극소수다.

서울 S상고에서 전산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Y교사(29)는 “음란물 접근을 막기 위해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려고 해도 비용도 많이 들고 시스템의 다운도 잦아 설치하지 못하는 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컴퓨터마다 비밀번호를 부여하는 등 잠금장치를 만들어도 학생들이 쉽게 이를 알아내자 아예 수업시간 이외에는 교실내에 설치한 컴퓨터 보관함에 넣고 열쇠로 잠궈버리는 실정이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사들에게 체계적인 컴퓨터 교육을 시키는 일도 필요하지만 PC통신 등을 이용해 청소년들이 손쉽게 음란물을 구입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먼저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