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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기자 귀국 스케치]"기자가 왜…"질문공세에 곤혹

입력 | 1999-11-08 23:18:00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는 8일 자신이 만든 언론대책 문건과 관련,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대한항공 852편으로 베이징(北京)에서 귀국했다. 문기자는 언론대책 문건파문으로 심신이 매우 피곤한 듯 보였는데 김포공항은 물론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한 뒤에도 문건작성 경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문기자는 이날 150여명의 취재진과 검찰 및 공항 관계자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김포공항 3층 17번 게이트를 통해 기내에서 내리면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했다.

짙은 감색 양복에 체크무늬 넥타이 차림의 문기자는 문건을 작성하고 전달한 경위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평소 소신대로 만든 것”이라고 대답.

문기자는 특히 “문건을 만들때 상의한 중앙일보 간부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없어요”라고 짤막하게 말했는데 곧바로 “기자로서 언론을 탄압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곤혹스러운 표정.

○…문기자는 검찰 수사관들의 안내로 15분 만에 출국수속을 밟은 뒤 오후5시반경 검찰이 공항 귀빈주차장에 대기시켜 놓았던 승용차에 올라타고 서울지검으로 출발.

문기자를 태운 검찰 승용차는 몰려드는 취재진을 간신히 뚫고 김포공항을 출발, 올림픽대로를 통해 40분만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 문씨는 청사 현관 로비에서 잠시 취재진의 사진촬영에 응했으나 잇단 질문에는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짤막하게 대답한 뒤 곧바로 11층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문기자는 이날 김포공항을 출발, 베이징에 도착했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대한항공기가 연착하면서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게 귀국했는데 항공편을 예약 않고 곧바로 베이징 공항에 나가 비즈니스 좌석을 구해 탑승.

검찰은 “정확한 입국날짜와 시간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문기자의 부탁에 따라 오전까지도 “문기자가 비행기 표를 산 느낌”이라고만 말하는 등 연막작전.

검찰은 “문기자도 사람이므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는 마음이 오락 가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다 문기자가 항공권을 구한 사실이 확인된 오후 2시50분경 기자실에 귀국 사실을 통보.

〈신석호·윤상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