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미국. 강력계 경찰 존 스파르탄과 여경 레니나 헉슬리는 컴퓨터에 연결된 특수 헬멧과 장갑을 착용한다. 시작 버튼을 누르자 헬멧 안쪽의 컴퓨터 화면에 상대방의 매혹적인 모습이 담긴 가상현실이 펼쳐진다.
이들은 화면에 보이는 상대방을 애무한다. 헬멧은 뇌의 쾌락 중추에 전기자극을 주어 실제로 사랑을 나누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스파르탄과 헉슬리는 무아지경에 빠진다.
◆가상인물도 연애상대
마르코 브람빌라 감독의 영화 ‘데몰리션 맨’(93년작)에서 주인공 실베스터 스탤론과 샌드라 불럭이 ‘사이버 섹스’에 몰두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사이버섹스는 공상과학 영화에나등장하는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최근 게임산업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20년이내에 사이버 섹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초보적 형태의 사이버 섹스는 실현되고 있다고 미 MSNBC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의 성기구 제조업체인 세이프섹스플러스컴은 4월부터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특별한 진동기를 팔고 있다. 이것을 몸에 대면 인터넷에서 만난 상대가 마우스나 키보드로 진동의 강약을 조절하며 이쪽을 자극한다.
미국의 비비드 엔터테인먼트는 내년초 사이버 섹스를 위한 잠수복 모양의 보디슈트를 시판할 계획이다.
91년 ‘가상현실’이라는 책을 쓴 하워드 레인골드는 “사이버 섹스의 장점은 수천㎞ 떨어진 사람과도 유사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르는 사람이나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도 연애 상대가 될 수 있다.
사이버 섹스가 성문화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피임기구와 피임약이 임신의 짐을줄인 것처럼사이버 섹스는 성병이나 에이즈의 위험과 육체관계에 따르는부담을 없애 사람들이 탐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애정 대체못해
특히 레인골드의 말처럼 사이버 섹스가 멀리떨어진 연인들의 안타까움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축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혼의 교감을 동반하는 전통적 애정행위를 사이버 섹스가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