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000여가구, 6만6000여명의 주민들이 입주해 있는 김해(金海)시 내외지구 신도시가 건설 3년이 채 못돼 지반이 가라 앉고 있다고 한다. 지반침하 상태도 땜질식 보수공사로는 해결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그 원인이 지반을 제대로 다지지 않은 탓이라니 어이가 없다. 신도시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반공사인데 이것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토지공사측은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해 연약지반에 대한 전면 개량공사를 하지 않았으며 부지 분양 당시 이같은 사실을 건설업체 등에 알렸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해도 무려 3900여억원을 들여 조성한 주택단지가 계속 가라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저습지와 논 등을 사들여 필요한 기반공사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택지로 조성, 땅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토지공사의 신도시 부실 기반공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산 신도시도 지반을 제대로 다지지 않아 준공 4∼5년만인 96년 도시 한복판의 간선도로가 갈라지고 전기 통신케이블 상수도관이 지나는 지하공동구와 하수관 등에도 균열과 누수현상이 발생해 엄청난 말썽을 빚었다. 바로 그 무렵에 개발된 김해 신도시 기반공사 역시 부실이었다니 할말을 잃는다.
물론 건설업체의 책임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반공사 부실로 주택단지가 가라앉고 있다면 일차적인 책임은 토지공사에 있다. 부실시공에 따른 재원의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토목건설 이미지마저 또다시 크게 훼손한 책임이 크다.
토공과 시공회사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땜질식 하자보수 차원이어서는 안된다. 균열이 생긴 아파트와 학교건물 등은 정밀 안전진단을 거쳐 제대로된 보수 보강공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계속 가라앉고 있는 진입로와 주차장 부지 등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지반 개량공사를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난 것이 불과 몇년전이다. 그때 그 부끄럽고 참담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의 부실공사는 끝이 없어 보인다. 신도시를 건설할 부지 기반공사를 대충 해치운 토공이나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파트만 세워 팔아먹은 시공업자,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행정관청 모두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부실시공 처벌강화를 위한 5개 건설관련법 개정도 서둘 일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부실공사를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