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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재홍/북한의 인권

입력 | 1999-11-10 19:58:00


▽일본의 영향력 있는 지식인 51명이 ‘북한 민중을 위한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북한 인권문제를 비판하면 보수파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북한 인권선언에 참여한 일본 지식인들은 청년시절부터 사회개혁에 관심을 가졌던 인사들이라고 한다. 북한 체제에 대해 냉전적 시각으로 비난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지식인이라면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 북한 인권문제라는 얘기다.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한 지식인 선언은 올해 3월 프랑스에서 맨 먼저 나왔다. 이번 일본 지식인의 선언도 이 프랑스 지식인들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프랑스에서 선언을 주도했던 ‘사회사평론’편집장 피에르 리굴로는 “경제원조로 체제가 변화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지식인 운동은 프랑스와 일본에 이어 국제 여론층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국제 비정부기구(NGO) 인권단체들의 북한에 대한 조사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유엔과 NGO들의 인권운동은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의식주 문제를 중시하는 경제적 문화적 권리(유엔인권A규약)와 사상 신앙 표현 거주이전의 자유를 내용으로 하는 정치적 시민적 권리(유엔인권B규약)가 그것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의식주와 교육 의료를 무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인권보장이라고 했다. 북한도 그런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는 매년 수십만명이 굶어죽어가고 있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아사(餓死)는 어느정도 개인 책임이라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는 북한에서는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인권, 특히 B규약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에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포용이 아닐까 한다.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