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사는 알버트 하먼(19)은 웨일스사이버대학 2학년 학생이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오늘도 하먼은 집에서 TV를 보다가 오전 11시 수업시간이 되자 간식을 갖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학교의 웹사이트로 연결되기가 무섭게 강의실을 찾아 마우스를 클릭한다.
교수의 1시간 짜리 역사 수업이 끝나자 하먼은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놓은 과제물을 전자우편으로 보낸 뒤 컴퓨터를 끈다.
학기말 시험이 1주일 연기돼 미국 여행과 겹쳤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뉴욕의 친척집에서 노트북컴퓨터로 접속하면 제 시간에 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은 가상(假想)스토리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이미 현실이 돼 있다.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교육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의미를 상실했다고 밀레니엄 특집에서 지적했다.
개인용 고성능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아폴로그룹이 운영하는 피닉스대(www.uophx.edu)는 수강신청 수업 시험 등을 모두 가상공간에서 한다.
이 사이버대학이 배출한 졸업생만도 48만명을 넘는다.
영국 정부가 25개 대학에서 실험중인 가상교육시스템 TRIDAS는 조만간 10여개 대학에서 공식 채택될 예정이다.
TRIDAS를 통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동시에 시험을 보고 곧바로 결과를 알 수 있다.
수험생이 답안 자료를 찾지 못하도록 시간제한을 두거나 응시자에 따라 질문유형을 자동으로 바꾸는 등의 첨단기법이 이용된다.
아직은 대다수 사이버학교가 전자우편을 이용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를 동시에 주고 받는 고급 멀티미디어 환경이 대중화되면 완벽한 사이버학교가 급증할 전망이다.
사이버 교육은 종래의 교육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편해질 것이다. 학생이 얻는 정보도 폭증할 것이다.
그러나 사제관계나 교우관계를 포함하는 전통적 의미의 ‘인간교육’이 실종될 소지가 많다. 정보는 많아도 지성이 빈약한 학생이 나올 공산도 크다.
사이버학교의 본격도래가 몰고 올 파장은 예단하기 어렵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