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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긴급점검]배짱유치이후 정부에 "돈달라"

입력 | 1999-11-10 19:59:00


전주시가 지난달 감사원에 제출한 ‘2002월드컵대회 준비 추진상황’ 보고서의 한 대목.

연도별 재원 부담 항목중 2001년에 ‘외부재원 300억원 확보’가 슬그머니 삽입됐다. 한달전 국감자료에 수익사업을 통한 100억원 확보로 잡혀 있던 부분이다.

외부재원은 곧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을 뜻하는 것. 전주시가 경기장 건설비로 책정한 1450억원(도비 460억 포함)중 중앙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경기장 완공이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사정은 수원 전주 서귀포 인천 울산 등도 마찬가지. 이들 도시는 모두 국고 지원 없이 자체 부담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개최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경기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하나같이 재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97년 개최도시 선정당시 확실한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월드컵을 유치한 까닭. 이때문에 8월 전국 월드컵경기장 현장소장 모임에서는 “돈이 제때 수급되지 않아 공기내 완공할 자신이 없다”는 볼멘 소리도 터져나왔다.

수원은 월드컵 개최도시 선정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전용구장 신축비용 중 토지매입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전액 부담해 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약속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닥치면서 삼성전자는 토목공사만 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일부에서는 수원시가 이미 삼성전자의 계약파기를 알리는 구두 통보를 받고도 자치단체장 선거를 의식해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수원시가 90년대초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으로 막대한 세수입을 올렸지만 이제 개발 사업이 모두 끝나 더 이상의 재정확충은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귀포는 1251억원이던 경기장 건설비를 설계변경 등을 통해 1120억원(도비 488억, 시비 632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순수 경기장 건설비의 50%를 부담하기로 한 제주도의 재정이 올초 외부용역 조사 결과 ‘파산 직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관급공사 대부분이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도시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며 정부를 원망한다.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나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에만 경기장건설비의 30%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애초 이들 도시는 ‘개최도시로 선정되고 보자’며 국고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경쟁 도시들을 밀어냈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수원·서귀포·전주〓배극인·김호성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