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 ‘중국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을 시작했거나 기획 중인 한국 영화 가운데 중국과 공동 제작하고 전체를 중국에서 촬영하는 영화들이 적지 않다.
22일 중국 상하이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시작되는 ‘아나키스트’는 한중 합작 영화. 2000년 1월까지 중국에서 촬영을 마친 뒤 2000년 5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개봉된다. 장동건 정준호 등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192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의열단의 항일 테러활동에 가담했던 조선인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들의 활약상을 그린 액션 영화.
또 김희선과 신현준 정진영이 출연하는 무협 멜로영화 ‘비천무’는 10월 28일 중국 상하이 근처의 한 야외 세트장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김혜린의 만화가 원작인 이 영화 역시 전부 중국에서 촬영된 뒤 2000년 5월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 개봉된다. 중국 영화사 ‘세편창’이 전체 40억원의 제작비 가운데 5억원을 이미 투자했다.
최근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이사도 한중 합작 영화 ‘무사’의 제작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왔다. ‘무사’는 중국에 볼모로 잡힌 고려시대 무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역사 영화. 제작하기로 결정되면 김성수 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
‘아나키스트’ 제작사인 씨네월드의 이준익 사장은 “중국을 무대로 활약했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스케일이 큰데다 영웅 이미지도 강해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잘 들어맞는다”면서 ‘중국행 러시’의 이유를 진단했다.
또 중국 스튜디오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의 영향도 크다. 중국 각 성(省) 마다 거의 하나씩 있는 대형 스튜디오들은 덩샤오핑의 개방화 정책 채택 이후 정부 지원이 끊기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면서 해외 합작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