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회장이 11일 구속됨으로써 한진그룹 탈세사건 수사는 지금까지 탈세 및 횡령 혐의 규명에서 ‘비자금 조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관계자들은 이날 “횡령과 비자금은 표리(表裏)관계”라며 “조회장 일가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다 보면 비자금 규모와 전달경로가 반드시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날까지 중점 수사한 내용은 조회장 일가의 회사자금 횡령 및 탈세 규모와 그 경위.
검찰 조사 결과 조회장은 미국 보잉사와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미국 P사의 엔진을 장착해주는 조건으로 리베이트 1685억원을 받아 이 중 1095억원을 빼돌렸다.
이 리베이트는 국내로 반입될 때 ‘영업선수금’으로 회계처리됐으며 회사운영에 필요한 ‘가지급금’ 명목으로 인출돼 조회장의 수중에 들어갔다.
조회장은 리베이트를 빼돌린 뒤 허위 전표와 재무제표를 작성해 이를 되돌려준 것처럼 위장했다.
검찰은 조회장이 빼돌린 돈으로 조회장 일가 6명의 증여세 납부나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식인수 자금 등에 사용한 것까지 규명했으나 상당액은 사용처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회장의 횡령은 조세포탈로 이어진다.
조회장이 조세관련 서류와 장부를 허위로 작성해 빼돌린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소득을 뺀 뒤 수입소득액을 신고해 징세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
조회장은 또 96년과 97년에는 결손금액을 높게 책정해 393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조회장이 빼돌린 돈의 최종 사용처를 강도 높게 조사할 전망이다.
이날까지 검찰에 입수된 한진그룹의 정관계 로비관련 첩보도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첩보의 내용으로 보아 조회장 일가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 조사와 한진그룹 로비의혹 수사는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진그룹 로비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한진그룹 간부들을 추가로 소환하는 한편 조회장에 대한 구속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