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은 브래지어를 불태우고 가슴을 드러내면서 불타올랐다.
68년 미국 애틀랜틱시티. 시인 로빈 모건이 이끄는 여성해방당의 당원들은 미스아메리카를 뽑는 대회장 밖에서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고 ‘브래지어 화형식(火刑式)’을 가졌다. 이어 80년대까지 여성들은 시위 때 툭하면 웃통을 벗어 남자 경찰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그 기간 버스나 길에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산모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두 경우 다 여성의 가슴이 모성의 역할 외에 강한 성적 이미지를 갖기 때문에 생긴 현상. 요즘엔 영화 광고업계 등에서 남성 가슴에 성적 이미지를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큰데….
▼남성 가슴▼
1개의 가슴뼈와 12쌍의 갈비뼈, 12개의 흉추골로 이뤄진 골격을 근육과 지방이 덮고 있다. 육체미에선 근육 중 대흉근이 잘 발달된 가슴을 아름다운 것으로 친다. 최근 미국에선 가슴팍에 대흉근 모양의 보형물을 넣는 수술이 유행.
중국무술의 고수들은 평소엔 늘어난 어깨에 편편한 가슴이지만 기(氣)호흡을 하면 가슴이 최대 몇 배까지 솟아오른다. 평범한 남성들도 가슴이 갑자기 처지면 고환 간 신장 갑상선 등이 고장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므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모성의 가슴▼
20세 안팎 여성의 유방은 ⅔가 유선(乳線), ⅓이 지방.
유방에 대한 최고(最古) 의학적 기록은 3400여년 전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나타난다. 산모의 젖이 잘 나오도록 자극하는 방법이 새겨져 있다. 이집트의 문헌에 따르면 젖은 온갖 병의 치료제로 쓰였다. 젖은 ‘변형된 땀’으로도 불리는데 젖이 만들어지는 젖샘이 원래는 땀샘이기 때문.
젖이 나오는 젖꼭지의 바닥을 우리말로 ‘젖꽃판’이라고 한다. 임신 전엔 분홍빛이지만 색깔이 짙어져 젖이 나올 무렵 흑갈색으로 변하며 젖을 뗀 뒤에도 원래 색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젖꽃판의 오돌오돌한 돌기는 ‘몽고메리 결절’. 지방질 액이 나와 젖꽃판과 주변 살을 보호한다.
▼앞쪽의 궁둥이?▼
엄마의 유방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엔 사실 불편하다. 다른 영장류는 편편한 가슴에 젖꼭지만 튀어나와 젖을 먹이기 쉽지만 사람은 아기의 숨쉬기를 방해할 정도.
인류학자들은 다른 영장류 암컷이 오로지 뒤쪽, 즉 궁둥이로 성적 신호를 보내는데 비해 사람은 직립보행하게 되면서 뒤쪽보다 앞쪽으로 신호를 보낼 필요성이 생겼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모방적 궁둥이’가 진화한 것이 볼록한 유방이라는 것. 그러나 미국 스탠퍼드대학 여성문제연구소의 마릴런 얄롬박사는 “아프리카 여성들은 가슴을 드러내 놓고 다녀도 남성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성적 신호설을 반박.
▼젖의 수▼
2세기 고대그리스의 해안도시 에베소에서 발굴된 아르케미스상엔 20여개의 유방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진화론자들은 인간의 유방도 예전엔 이처럼 여러 개였다고 주장한다. 그 흔적이 부유방(副乳房)이다. 태아 때 겨드랑이에서 사타구니에 이르는 ‘갈락틱선’에서 여러 개의 유방이 만들어지고 출생 뒤 가슴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의 유방은 퇴화하지만 극히 일부에서 퇴화과정에 문제가 생겨 흔적이 남는다. 매우 드물지만 겨드랑이나 배 사타구니 등에 있는 부유방에 유방암이 생길 수도 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밀로의 비너스상의 유방도 유심히 보면 3개다. 오른쪽 유방 위 겨드랑이 가까운 곳에 작은 봉오리가 있는 것. 한편 기원전 8세기 호머의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여전사족(女戰士族) 아마존(Amazon)은 유방이 없다는 뜻. 화살을 더 잘 쏘기 위해 어릴 적에 오른쪽 유방을 없앴다는 것.(도움말〓연세대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유원민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외과 양정현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