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11일 발표한 신당 2차 추진위원 30명의 면면이 보여주는 눈에 띄는 특색은 내년 총선에 직접 뛸 ‘필드형’ 인사들이 중심이 됐다는 점이다. 즉 전문성과 지역안배가 주요기준이 됐던 발기인 및 1차 추진위원 선정 때와는 다르다는 의미다.
▼영입발표 연기▼
추진위원 선정과정을 총괄해 온 정균환(鄭均桓)조직분과위원장은 1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최종명단을 조율하면서 영입이 확정됐던 몇몇 인사들의 참여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최환(崔桓)전부산고검장 최일홍(崔一鴻)전경남지사 동화은행비자금사건수사로 유명한 함승희(咸承熙)변호사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발표연기를 요청해 25일로 예정된 창당준비위 출범 후로 발표를 미뤘다는 것.
▼출신지역 분포▼
내년 총선의 승부처로 지목되는 수도권의 중요성을 감안한듯 2차추진위원 3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서울 및 경기 출신인 것이 특징. 또 1차 때 9명에 달했던 영남출신 인사가 이번에도10명이나 포함돼 영남권에 대한 여권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나머지 7명은 충청 4명, 호남 3명, 강원 1명.
발표 직전인 10일 갑자기 추진위원에 포함된 정세현(丁世鉉)전통일부차관은 연고지가 전북 임실이지만 출신지를 나중에 옮긴 본적지인 서울로 발표. 만저우(滿洲)에서 태어난 뒤 전북 임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정전차관의 출신지가 서울로 ‘발표된’ 것은 현재 임실 순창이 지역구인 박정훈(朴正勳)의원의 입장을 고려한 결과.
▼여성중시정책▼
2차 추진위원 중에도 여성이 6명이나 포함되는 등 이번에도 김대통령의 ‘여성우대’ 방침이 가시화. 신당창당추진위는 25일 발표될 신당창당준비위원 명단 3000여명에도 여성을 ‘깜짝 놀랄 만큼’ 많이 포함시키기로 하고 대상 인물들과 맹렬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창당추진위의 한명숙(韓明淑)조직위부위원장은 “현재 660명의 여성을 창당준비위원에 넣는다는 각오로 작업 중”이라고 설명.
이같은 신당의 적극적 영입움직임에 대해 여성계 일각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국내 여성인재들을 신당이 ‘싹쓸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
▼이색인물▼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39세 동갑내기인 이승엽(李承燁)삼환컨설팅대표와 배선영(裵善永)재정경제부과장이 나란히 포함돼 눈길. 세계 5대 컨설팅회사의 하나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사의 상무를 지낸 이씨는 ‘운동권출신’에서 ‘구조조정전문가’로 변신, 386세대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인물.
배씨는 청와대경제비서실 근무 중 케인스 경제학이론을 비판한 저서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 연구에 몰두하느라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배씨는 10일 추진위원에 포함됐다는 확정 통고를 받고 급히 재경부에 사표를 제출.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