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빌 게이츠 회장은 MS가 시장독점행위를 해왔다는 미국 연방법원의 예비판결에도 불구하고 윈도 운영체제(OS)를 내놓지는 않겠지만 정부와 타협할 의사는 있다고 밝혔다.
10일 미 워싱턴주 벨러뷰에서 열린 MS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게이츠 회장은 3000여명의 주주들에게 연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자신을 실용주의자라고 소개하면서 MS의 이번 소송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게이츠회장은 “이것이 MS 주주와 고객 등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이츠회장은 윈도의 설계도면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 “어떠한 기업도 그런 제재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윈도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면 다양한 형태의 변종 윈도가 출현해 운영체제의 호환성이 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총회에서 밥 허볼드 MS 영업담당 사장은 “이번 소송은 9이닝 경기 중 겨우 3이닝 정도에 해당하는 것일 뿐”이라며 “정부가 MS를 해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주총에서 주주들은 미국 정부를 격렬히 성토하면서 게이츠와 MS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한 주주는 “미국 법무부가 MS를 제소했다니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도대체 소비자가 무슨 피해를 보았단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AP통신은 MS 주주들이 이처럼 게이츠와 MS를 지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MS의 올 3·4분기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한데다 주가도 지난 1년 동안 60%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주주들이 게이츠와 한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미국 정부나 법원의 판단과 달리 대다수의 미국인도 게이츠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011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게이츠에 대한 지지율이 6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갤럽이 지난해 3월 게이츠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로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의 인기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AP는 평가했다.
MS의 독점여부를 따지는 재판에 대해서도 45%가 MS를 지지해 미국 정부에 대한 지지율 33%를 크게 앞섰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