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마뉴' 장 파비에 지음/파야르출판사 펴냄▼
10년전 동서를 나누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을 기념하며 요즘 유럽은 화해와 통합을 향한 의지를 다시 한번 굳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최근 프랑스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책은 올 9월에 출간된 장 파비에의 ‘샤를마뉴’, 즉 칼 대제 전기이다.
칼 대제(742∼814년)의 생애는 그의 사후 아들들에게 읽히기 위해 쓰여진 전기와 12,13세기에 쓰여진 무훈시를 통해 거의 전설이 되다시피했다. 800쪽에 이르는 이번 전기는 역사적 인물로서 칼 대제를 조명하는 한편 12세기에 걸쳐 그가 어떻게 ‘전설적 영웅’이 되었는가 그 시대적 변천도 분석한다.
저자는 ‘중세의 재정과 과세제도’ ‘백년전쟁’ ‘중세 프랑스 사전’ 등 20여권의 중세관련 책을 저술한 중세전문연구가. 현재 유네스코 프랑스 대표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장 국제고문서학회회장을 역임했다.
771년 왕위에 올라 800년 로마 교황 레옹3세로부터 황제 칭호를 받으며 약 반세기를 통치하는 동안 칼 대제의 주된 노력은 그리스 정교의 비잔틴 제국과 스페인을 정복한 회교도의 위협에 맞서 서유럽의 정치적 종교적 통합을 이룩하는 것이었다. 그가 이룩한 대 제국은 오늘날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북부 베네룩스3국 오스트리아 헝가리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이었다.
그는 종교적 일치를 통해 이 제국의 결속력을 높였다. 수도원과 성당을 중심으로 학교건설을 촉진하고 라틴고전문학을 부활시켜 ‘카롤링거 르네상스’시대를 이룩했던 것이다.
칼 대제 통치시 제국의 수도였으며 현재는 독일 땅인 엑스 라 샤펠에서는 1949년에 유럽국가의 단합과 문화, 정치의식의 일치에 공헌한 정치지도자에게 수여하는 상이 창설되었다. 이 상의 메달과 1992년에 유럽 공동체 창설을 기념으로 주조한 주화에는 칼 대제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연합의 상징으로서 또 유럽 공동체의 시조로서 현대의 유럽인에게 ‘거대 유럽’실현의 꿈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