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얼굴 이야기' 황규호 지음/주류성/491쪽 1만3000원▼
《저자는 중앙 일간지 문화부장을 지낸 뒤 최근까지 문화재 및 종교담당 대기자(大記者)로 일했다.》
선사시대 사슴뼈에 새긴 얼굴부터 사진기에 잡힌 대한제국 말 여인까지 150여개의 얼굴로 들여다본 우리 겨레의 문화사.
얼굴 자체를 논하기보다 그 얼굴을 빚어내고 깎아낸 사람들의 생각, 당시의 풍속과 시대상황을 들여다보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상의 얼굴을 담은 최초의 풍요한 자료는 불화와 불상. 고려의 보살도(菩薩圖)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수월관음보살도에서는 14세기 귀족 부인의 이상적인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도에서는 애써 미화하지 않은 우리 여인네들의 고운 자태를 만나게 된다.
중국 전설을 그린 것이긴 하지만 ‘삼천갑자 동방삭’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에 그 해답이 있다. 천도복숭아를 든 그는 머리가 조금 벗어졌지만 코가 크고 입술이 두툼하며 정력적으로 보인다.
우리 조상들의 그림과 조각만 소개된 것은 아니다. 당 고종의 아들 이현의 무덤에는 당당한 풍채의 신라인 그림이 있다. 17세기 이탈리아에 간 조선인을 루벤스가 그린 초상화도 눈길을 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