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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찰이 '호프집' 재수사하라

입력 | 1999-11-12 18:29:00


경찰은 어제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짓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 수사본부장은 그러나 호프집 주인의 배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로서는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고위공직자의 관련여부를 캐겠다고 말한 것 같으나 적극적인 수사의지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은 검찰이 전면 재수사해 비리관련자를 모두 가려내야 한다.

경찰은 그동안 경찰관을 비롯한 관계공무원 50여명을 조사해 경찰관 4명을 포함해 7명을 구속하고 경찰관 11명 등 2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형사처벌 대상자 숫자로만 볼 때는 결코 ‘축소수사’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수사를 용두사미로 보는 이유는 내용상 여러 문제점과 의혹을 남겼기 때문이다. 참사직후 달아났다가 닷새만에 자수한 호프집 주인의 입에만 의존했던 수사방식, ‘제식구 감싸기’및 ‘구청장 죽이기’식 편향수사, 국회의원 연루설을 진술한 10대 종업원의 성급한 긴급체포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경찰이 화재직후 호프집 주인을 붙잡지 못한 것이 단순 실수였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었는지부터 의문이 있다. 호프집 주인과 경찰의 유착관계로 보아 그렇다. 그에 대한 뒤늦은 수사는 물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그의 입에만 의존하는 수사가 되게 만든 요인으로 지적된다. 호프집에서의 경찰관 도박설을 제기한 종업원들의 주장도 묵살되고 말았다. 반면 관할 구청장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그를 무리하게 엮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영장청구 거부로 이는 일단 실패로 끝났지만 수사권 남용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회의원 연루설을 진술한 10대 종업원을 긴급체포한 일이다. 경찰은 그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나 남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내세운다. 그것이 긴급체포를 해야할만큼 그렇게도 긴급한 사안인가. 오히려 경찰이 축소수사하려는 의도를 내보인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관련여부를 얼마나 철저히 수사해 보고 거짓진술로 단정했는지 묻고 싶다.

경찰수사가 이렇듯이 의혹투성이라면 결론은 분명하다. 더 이상의 수사를 경찰에 맡겨서는 안된다. 검찰이 전면 재수사해 의혹사항을 명백히 가리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찰의 ‘의혹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책임을 어느 정도 가볍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화재참사로 숨진 청소년 원혼(寃魂)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은 이제 검찰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