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씨(33)는 ‘야쿠르트 아줌마’다. 경기 일산신도시내 아파트형 공장과 공단, 가정집 등을 무대로 하루 유산균음료 800병을 배달한다. 월수입 140만원. 박씨는 특유의 ‘수다떨기’로 매달 20명의 새손님을 끌어모으는데….
①자녀 공략〓“안 먹어요”하며 딱부러지게 거절하던 손님들도 자녀얘기를 하며 접근하면 ‘흐물흐물’해진다. 박씨는 퇴근길에 전자오락실에 들러 ‘뜨는’ 게임을 경험해 보는 등 아이들간 핫이슈를 체크. 요즘 박씨가 꺼내는 첫마디는 “혹시 DDR(발판을 누르며 댄스를 즐기는 게임)이라고 들어나 보셨나요?”
②드라마를 화제로〓‘아줌마세계’에서 드라마는 수다의 공통분모. 특히 주말저녁 등 방송3사의 드라마 방영이 겹치는 시간에는 채널을 5분마다 돌려가며 섭렵, 줄거리를 기억한다. 선생님과 결혼한 여고생을 다룬 ‘사랑해 당신을’이 화제였을 때 박씨는 “나도 ‘그놈의’ 사랑에 눈이 멀어 여고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는데…”라며 운을 뗐다.
③딴청 부리기〓절대 초면에는 유산균음료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딴청 부리며 오히려 ‘할인매장에 가면 조기를 500원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생활정보를 제공. ‘확장’에 연연한 모습을 보이기 보단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게 먼저다.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