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파격적인 공항 청사는 미국 뉴욕 존F 케네디 공항의 TWA터미널로 기록될 것이다. 건축가가 본 공항의 정신은 비행이었다. 조각을 공부한 건축가가 만든 이 공항은 금방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거대한 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오히려 새 모양의 조각이라고 해도 좋을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공항건축의 기념비로 손꼽히던 이 건물은 한가지 치명적인 문제로 인해 한계를 드러냈다. 확장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려는 건축계와 허물거나 대폭 수리하여 사용하려는 항공사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후 공항터미널 설계에서 확장 가능성은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공항은 복잡한 형태보다는 첨단을 달리는 기술적 성취의 실험장이 되었다. 한 나라의 얼굴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사회의 최첨단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마당이 된다는 점에서 공항은 건축가들에게 도전의 대상이다.
90년대 초반 노르웨이 정부가 수도 오슬로의 가더묀 공항 설계를 발주하며 “노르웨이의 전통을 표현하라”고 했을 때 유럽의 건축계는 의아해 했다. 왜 개발도상국에서나 요구하는 조건을 내거느냐고 했다. 그러자 공항건설본부는 그 전통을 구체적으로 해석했다. 노르웨이의 전통은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친화와 인간평등 정신에 있다고 선언했다.
건축가부터 그래픽 디자이너들까지 모두 같은 개념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건물에 표현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이용자의 몫이 될 것이다.
어찌됐든 완공된 가더묀 공항은 세계 건축저널에 등장하면서 노르웨이를 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