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인접한 덕택에 성장해온 선전이 어느덧 홍콩을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될 무렵 선전은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년 가깝게 홍콩이란 대도시의 배후도시로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 이제는 홍콩을 위협할 만큼 부쩍 큰 것이다.
각종 컨테이너로 붐비는 선전 항구는 홍콩항의 일감을 빼앗아 갔다. 선전 시가지는 주말이면 값싼 소비제품을 찾는 홍콩의 가정주부로 붐빈다. 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도 선전은 홍콩을 위협한다. 미국의 IBM과 일본의 산요,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최근 선전에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지난해 선전의 첨단기술제품 수출액은 총 44억달러. 7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홍콩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을 때도 선전은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홍콩은 지난해 5.1%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으나 선전은 15%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선전의 경제규모는 아직 홍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이 형성된 것도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으며 기업활동의 투명성과 다양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선전의 추격속도는 무척 빠르다. 78∼98년 홍콩은 연평균 14.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성장 속도만 해도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선전의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38.3%나 됐다.
선전이 이처럼 급속하게 성장한 이유는 값싼 노동력과 낮은 임대료 등 유리한 투자환경 때문.
97년 이후 경기침체로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과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선전에 비하면 10배 이상 높다. 외국의 투자자들이 이런 점을 놓칠 리 없다. 중국진출을 노리는 외국기업은 물론 홍콩에서 성장한 기업도 속속 선전으로 빠져 나오고 있다.
홍콩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홍콩은 최근 미국 월트디즈니사와 총투자규모 41억달러의 야심찬 디즈니공원 건설계획에 합의했다. 중국 대륙과 아시아의 여행객을 유치해 홍콩경제의 재도약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당국은 또 아시아의 한의학 중심지이자 의약 수출기지로 키우겠다는 새로운 정책도 수립해 놓고 있다.
홍콩이 이처럼 한발짝 멀리 달아나면서 선전이 홍콩을 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어쨌든 중국 남부 해안의 두 도시가 펼치고 있는 경쟁은 ‘홍콩식 자본주의’와 ‘사회주의형 시장경제’의 경쟁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