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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CEO]배승혜씨 "배우고…늘리고…하루가 짧아"

입력 | 1999-11-15 18:56:00


“여자로 태어나지 그랬어.”

백승혜씨(40)가 자신을 부러워하는 남편에게 던지는 말. 그만큼 백씨는 전업주부로서의 자신의 ‘직업’과 위치를 즐긴다. 아이들 챙기랴, 화초 기르랴, 금붕어 부화시키랴, 햄스터 돌보랴,치즈케익과 피자 만들랴, 테니스 칠랴, 시사잡지 읽으랴, 랩송 외우랴 하루가 모자랄 정도.

◆관심분야 끝장을 내야

얼마전 특허법원 판사를 그만두고 국내 최초로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관한 소송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다래특허법률사무소’를 연 박승문변호사의 동갑내기 아내. 그는 16년전 결혼할 때 평생 모은 용돈, 상금, 장학금 일부, 세뱃돈 등 1000만원을 들고 왔다. 그 돈은 경기 과천의 좁은 전세집에서 출발, 지금의 서울 송파구 문정동 아파트로 옮기기까지의 종자돈이 됐다.

▽연구 또 연구〓‘늘리고 불리는’데 워낙 관심이 많다.

금붕어나 햄스터를 기를 때나, 고무나무(벤저민)와 난을 기를 때 등 새로운 시도를 할 땐 언제나 교과서를 사 독파한다. 10마리로 시작한 금붕어는 한때 1000마리가 넘었다. ‘봄 가을로 물갈이를 해주면 붕어의 성선을 자극한다’는 이론에 충실했기 때문.

2마리였던 햄스터도 수십마리가 됐고 11년전 문정동으로 이사올 때 한 그루였던 고무나무도 어느새 세그루가 돼 어느 것이 ‘어미’인지도 모를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은 푸들을 키우며 ‘불리기’에 온 정신을 집중.

◆시사잡지 매달 5권 독파

한때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졌을 땐 관련서적 사이사이에 신문에서 오린 상장사별 매출액과 순수익 변동, 주식수익률(PER)등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연구에 몰두. 사이버증권시장을 통해 올린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새로운 건 언제나 시도〓TV쇼프로그램을 보다가 신곡이 나오면 바로 악보를 산다. 피아노로 쳐본 뒤 일주일에 한번씩 남편과 아들 원준(16), 딸 혜진(12)과 함게 노래방을 찾아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자신있는 노래는 그룹 ‘g.o.d.’의 랩송 ‘어머니께’. 연구 중인 노래는 이정현의 ‘와’.

4년 전엔 아이들을 잔병치레가 없게 키우려고 틈틈히 수지침을 배우다 폭 빠져 수지침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업주부’가 그리워 2년만에 컴백. “주부끼리 이집저집 몰려다니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힘듭니다. 자기관심과 가족을 위해 살기도 하루가 짧은데….”

매월 시사잡지 5권을 정기구독. 처음부터 끝까지 광고마저 훑어보며 독파한다. 가끔 남편이 특정 정재계인사에 관해 물으면 성장배경, 막후세력, 친척관계, 연루사건 등 평소 ‘꿰어차고 있던’ 지식을 늘어놓는다.

“정치인들은 싫지만 ‘돌아가는 판’은 참 재미나거든요.”

권력간의 암투를 그린 TV사극(史劇)프로그램은 거르지 않는다.

▽동반자 혹은 라이벌〓남편이 판사시절 피고의 형량을 두고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때 백씨는 “정말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땐 기회를 더 줘야 하는 것 아니야?”하면서 남편에게 ‘가장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것을 조언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8년전 테니스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4시간은 만사 제치고 테니스. 자존심 강한 남편이지만 서로를 상대로 시합하면 봐주지 않고 ‘무자비할 정도로’ 이긴다. 남편도 아내에게서 때로는 약간의 좌절을 맛봐야 한다는 게 백씨의 생각.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