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철 발명왕’ ‘꺼벙이’ ‘강가딘’…. 70년대 만화방에는 읽으면서 깔깔대고 배꼽을 잡는 명랑 코믹만화가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류의 대작 극화(劇畵) 유행으로 명랑만화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길창덕 윤승운 등의 뒤를 이어 명랑개그만화를 그리고 있는 10여년 경력의 김진태(32). 월간 여성만화 잡지 ‘나인’에 연재 중인 ‘체리체리 고고’(서울문화사)가 최근 단행본으로 나왔다.
▼명랑만화 계보 이어▼
이 작품은 사회에 갓 진출한 신세대 직장여성 ‘고체리’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해프닝을 그린 만화. ‘사내연애의 법칙’ ‘성차별’ ‘처녀들의 저녁식사’ ‘예뻐지고 싶은 여인의 욕망’ 등 남성작가가 다루기 어려운 영역인 20∼30대 직장여성의 감성과 생활모습을 꼼꼼히 취재해 만화로 담아냈다. 또한 젊은 작가답게 영화 인터넷 광고 등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를 통해 절묘한 웃음코드를 만들어 낸다.
이 만화는 30∼40대 직장남성의 비애를 리얼하게 그려낸 ‘천하무적 홍대리’나 ‘무대리 용하다 용해’에 비해서는 덜 심각하다. ‘체리체리 고고’에는 현실의 직장 뿐 아니라 왕년에 유명 프로레슬러였던 체리의 아버지 타이거마스크, 폭주족 오빠 등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이 괴상망측한 행동을 보여준다.
한국외국어대 재학 시절 학보에 4컷 만평을 그렸던 김진태는 88년 ‘주간만화’ 신인공모전에 당선해 데뷔했다. ‘대한민국 황대장’ ‘하드보일드 패밀리’ ‘굿모닝 보스’ ‘스커트 밑의 극장’ 등이 대표작. 성인풍의 내용과 순정만화와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을 넘나드는 그의 만화는 독자층에 남녀구분이없는‘유니섹스’ 만화로도불린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