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상화되면서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여야 총재회담의 성사여부가 구체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국회는 재가동되기 시작했지만 선거법 처리문제 등 중요현안은 여야 수뇌가 직접 만나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16일 총재회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어느 쪽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지금 국회가 잘 되고 있는데 총재회담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면서 “총재회담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우선 국회를 통해 현안을 풀어가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총재회담을 서둘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하는 27일 이전에 총재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총장이 막후접촉을 통해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재회담 성사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처리문제만 해도 한나라당은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여권은 여전히 ‘사법부에 맡길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정의원문제를 총재회담 의제로 삼아서는 안된다”면서 “정의원이 사과하고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원이 검찰에 출두에 조사를 받는다면 체포동의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선거법 개정도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 처리’라는 3당 원내총무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단독 처리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따라서 ‘여야 합의 처리’에 대한 김대통령의 명시적 약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총재회담의 성사는 여야가 공식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런 걸림돌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치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김차수·윤승모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