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1만리. 그러나 얻은 것은 행복 대신 고난의 세월.’
‘자유’를 찾아 남으로 넘어온 탈북 귀순자가 올해로 1000명을 넘어섰지만 전체 귀순자의 절반 가량이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 사실상 실업상태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또 설령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주유소나 슈퍼마켓 종업원 등 월수입 50만∼100만원의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량 귀순시대’를 맞아 이들 귀순자들에게 생계유지와 사회적응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48년 정부수립 이후 최근까지 북한에서 남한으로 귀순한 사람은 총 1048명. 90년대 중반까지 매년 10명 미만이던 귀순자 수는 94년부터 매년 50여명 안팎으로 증가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97년부터 크게 늘어 올해는 10월말 현재 귀순자가 100명에 달하는 등 가파른 증가추세다. 그러나 자유와 행복을 찾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귀순자들의 남한 생활은 기대와는 영 딴판이다.
정부와 민간단체 등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귀순자 가운데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귀순자는 50%에 못 미친다. 이들은 정부의 보조금과 구청에서 지급하는 생계수당 등으로 당장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80% 이상이 최씨처럼 월수입 100만원 미만의 저임금 직종을 불규칙하게 전전하고 있다.
귀순자들은 정부의 정착지원교육이 귀순자들의 취업과 생활문제를 해결하기에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정부측에서는 “전액무상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직업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귀순자들 가운데는 벌목공 등 단순기술직들이 많아 원하는 직업을 얻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민간단체들은 현재 정부가 실시하는 단기간의 직업교육이나 직업알선 및 생계보조만으로는 이들의 ‘소외계층화’를 막을 수 없다며 이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독교총연합회 귀순동포결연본부의 박요셉목사는 “통일독일의 사례를 본받아 정부와 민간단체가 역할을 분담해 제도적 재정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심리적 차원의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