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 사건의 시점인 지난해 12월 ‘라스포사 의상실’에서는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엔 정일순(鄭日順)라스포사 사장과 핵심관련자들의 당시 상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최초의 상황. 지난해 12월18일 점심때 당시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가 혼자 서울 논현동 라스포사 의상실을 찾았다. 배씨는 “신동아그룹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몇천만원어치 옷을 사주며 비위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정사장에게 “곧 연씨를 데려올테니 좋은 물건을 갖다 놓으라”고 부탁했다.
배씨는 이날 저녁 최순영(崔淳永)신동아 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에게 “연씨가 라스포사에서 수천만원어치의 옷을 입어보고 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밤 동생과 함께 라스포사를 찾아 “검찰총장 부인이 옷을 입어보고 갔느냐”고 묻고 돌아갔다.
이날 늦은 밤 정사장은 이씨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내일 연씨가 오면 밍크코트와 외제옷들을 보여줄텐데 가격이 기천만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19일 오후 배씨 등과 함께 라스포사에 들른 연씨는 호피무늬 밍크반코트 등을 입어봤고 라스포사 직원 이모씨가 연씨의 운전사 편으로 그 밍크코트를 연씨 집으로 보냈다.
정사장은 12월21일 오전 8시10분경 2차례에 걸쳐 이씨의 첫째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이형자씨)가 연씨의 옷값을 대납하도록 설득해달라. 옷값은 1장(1억원)정도 된다”고 말했다. 12월22일 비슷한 시간에도 이씨의 동생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특검팀은 정사장의 이같은 행위가 알선수재죄가 된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 자매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