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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파장]특검 "진실 못밝히면 해임 각오" 비장

입력 | 1999-11-17 00:54:00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한 영장 기각을 계기로 옷 로비 의혹 사건 수사가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수사중인 특검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납득할 수 없다며 특검팀의 명예를 걸고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영장기각 반발

특검팀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 동안의 수사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물론 이같은 강경대응은 수사 도중 그 내용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특검제법에 위반돼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해임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특검팀은 그러나 정씨 영장이 기각될 정도면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진상을 밝히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특검이 해임될 각오를 하는 ‘배수진’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사팀에 참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인권변호사들’도 “영장 기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는 후문.

◆정씨 부부의 진술

특검팀이 정씨 영장 기각에 대해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씨가 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

정씨는 검찰 수사당시 핵심 쟁점이었던 호피무늬 반코트가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집으로 배달된 시점은 지난해 12월19일이라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에선 12월26일이라고 진술했는데 정씨는 이것이 “검찰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특검팀에서 진술했다.

정씨의 남편 정환상(鄭煥常)씨도 16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정씨와 같은 진술을 했다. 그는 또 반코트 반납시점도 검찰이 발표한 올해 1월5일이 아니라 2,3일 뒤인 1월7,8일경이라고 밝혔다.

남편 정씨는 라스포사의상실의 매출장부가 반코트가 반납된 뒤 사직동팀의 내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1월10,12일경 조작됐다는 주장도 했다.

남편 정씨는 또 “자신도 모르는 새에 차에 실려왔다”는 연씨의 진술과 달리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할 생각으로 가져갔다”고 새로운 사실을 털어놨다.

◆사직동팀 및 검찰의 은폐축소 의혹

이같은 정씨 부부의 진술은 △연씨는 운전기사가 반코트를 트렁크에 넣어 집에 갖다놓는 바람에 배달 자체를 몰랐으며 △배달날짜는 지난해 12월26일이고 반납은 올해 1월5일이었다는 사직동팀과 검찰수사의 핵심을 뒤엎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을 ‘실패한 로비’ 또는 ‘사기 미수극’이라며 단순 해프닝으로 결론지은 검찰 및 사직동팀의 수사구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과 사직동팀의 사건 축소은폐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가공할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팀 수사가 단순한 ‘옷로비 여부’에 대한 수사에서 ‘권력의 축소은폐 의혹’ 수사로 질적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 관계자도 정씨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직후 주변 인사에게 “본격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대응

따라서 정씨에 대한 영장 기각은 특검의 ‘본격적인 수사’에 대한 결정적인 장애일 수도 있다. 특히 수사가 ‘권력핵심’쪽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당장 정씨 본인이 영장기각으로 16일 밤 구치소에서 풀려나면서 특검팀에서의 진술과 상반된 주장을 했다.

특검팀이 정씨 영장기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특검팀이 비장한 각오를 밝힌 만큼 이 사건 수사는 앞으로 진실발견이냐, 아니면 파국이냐를 가름할 중대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