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마르티네스(28·보스턴 레드삭스).
17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사이영상 투표에서 그가 1위표 28표를 휩쓸며 아메리칸리그 사상 네번째로 만장일치 수상자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그가 박찬호가 소속된 LA다저스에서 뛰었다는 사실을 아는 팬은 그리 많지 않다.
신인드래프트때 지명을 받지 못한 마르티네스는 원래 다저스에서 공들여 키운 선수. 다저스 산하 트리플 A팀인 앨버커키 듀크스에서 뛸때 ‘마이너리그 유망주 베스트 10’에 꼽힐 정도로 재목감이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은 92년. 시즌 막판 2경기에서 1패를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보여 이듬해인 93년부터 빅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즌 65경기에 출전해 10승5패로 단숨에 두자리 승수를 거둔 것.
하지만 당시 내야수가 필요했던 다저스는 마르티네스를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들라이노 드실즈와 맞트레이드하는 ‘최대실수’를 범했다.
그는 94년부터 몬트리올에서 4년연속 10승을 따내며 확실한 선발투수로 커나갔고 97년 시즌뒤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뒤 절정기를 맞는다.
작년 19승7패를 따내더니 올해 23승4패, 탈삼진 313개, 평균자책 2.07로 투수부문 3관왕을 휩쓸었다. 전반기에만 무려 15승(3패). 30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졌지만 올스타전 무리로 인한 어깨부상이 30승을 가로막았다.
그의 주무기는 160㎞에 가까운 강속구와 체인지업. 하지만 공만 빠른 게 아니라 볼끝의 움직임이 좋아 타자들이 맞혀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여기에 213과 3분의1이닝 동안 볼넷이 37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구력까지 완벽하다.
올해 올스타전에선 아메리칸리그 선발투수로 나서 새미 소사 마크 맥과이어 등 내로라하는 내셔널리그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5연속 탈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으로 MVP에 올랐다.
형 라몬(보스턴)과 함께 도미니카 출신의 형제 야구선수로 잘 알려진 마르티네스는 “이제 내년 시즌엔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