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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듣기 재시험 "형평성 위배"논란 예상…"스피커 잡음"항의

입력 | 1999-11-18 00:42:00


17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외국어영역 듣기평가 시험에서 서울지역 일부 고사장의 카세트 스피커 음향이 고르지 못해 일부 수험생이 재시험을 치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재시험을 본 수험생은 결과적으로 듣기평가를 두번 듣고 시험을 치른 셈이어서 한번의 청취기회밖에 없었던 다른 수험생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여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시험을 치른 시험실에서도 해당 수험생들에게 재시험 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 일부 수험생은 재시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과 수험생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Y고 제20 시험실에서 외국어 듣기평가 시험을 보던 중 카세트 스피커의 잡음이 심하자 수험생들이 감독관에게 “제대로 들을 수 없다”고 항의하며 재시험을 요구했다.

감독관은 서울시교육청에 이 사실을 보고한 뒤 오후 7시반경 재시험을 실시, 수능시험 종료 예정시간인 오후 5시반보다 2시간20분 가량 늦은 오후 7시50분경 시험을 마쳤다.

하지만 이 시험실에서 시험을 본 모든 수험생에게 재시험 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 재시험 대상 32명 가운데 17명만이 다시 시험을 치렀다는 것.

이 학교에서 시험을 본 재수생 박모군(18)은 “단어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잡음이 심해 문제의 절반은 손도 못댔다”며 “일부 시험실에서만 재시험을 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S고에서도 스피커 잡음이 심해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한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져 한 시험실의 수험생 32명이 듣기평가를 다시 치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고사장에서 재시험이 실시된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수험생들이 재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은 ‘재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며 자진퇴장했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경우처럼 시험이 끝난 뒤 2시간 만에 재시험을 치른 것은 이례적이지만 해마다 듣기평가와 관련해 잡음과 시비가 일어 다시 들려주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일부 고사장에서 영어 듣기평가 재시험이 실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해당 지역의 교육청에 “우리도 잡음 때문에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 은평구 G중학교 제17 시험실에서는 1교시 언어영역 듣기평가 시험을 보던 일부 학생들이 앞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항의, 1교시 시험이 끝날 무렵 비상용 테이프를 다시 들려주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와 관련,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측은 “각 시험장에서 카세트를 마련했기 때문에 성능이 일정치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듣기평가의 재시험 실시 여부에 대해 정해진 규정이 없으며 각 고사장의 감독관이 시험의 진행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이헌진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