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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특검수사]조직적 축소은폐 배후자 누구인가

입력 | 1999-11-18 03:06:00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는 청와대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의 ‘조사 보고 문건’(최초 내사보고서)과 전화 통화 녹음테이프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연정희(延貞姬)씨 등 관련자들이 조직적으로 위증을 모의해 실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부인 이은혜(李恩惠)씨가 위증 모의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검팀은 또 이씨 외에 ‘제3자’가 이 사건에 대한 사직동 내사단계부터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따라서 수사는 옷 로비 의혹사건 자체보다 더욱 파괴력을 지닌 축소은폐 조작이라는 ‘태풍의 눈’으로 서서히 다가서는 듯한 양상이다.

◆위증 공모

수사팀은 이씨가 올 8월 청문회 직전 배정숙(裵貞淑)씨에게 건 전화통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압수한 결과 이씨와 연씨 등 관련자들이 조직적으로 입을 맞춰 위증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는 배씨에게 “연씨에게 옷이 배달된 날짜가 26일이라고 이야기하자. 연씨와도 이야기가 끝났다”고 말한 것으로 녹음돼 있다.

특검팀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로부터 “연씨가 청문회 하루 전 전화를 걸어 똑같은 요구를 해 그렇게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앞으로 이씨를 소환해 배씨에게 위증을 제의한 경위 등을 조사할 경우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특검팀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국가기관등 제3자의개입의혹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는 “정씨와 연씨가 코트가 배달된 시점에 대해 처음부터 26일이라고 철저히 입을 맞춘데는 제3자의 조율이 있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정씨의 남편 정환상(鄭煥常)씨가 올 1월 누군가로부터 받은 팩스에는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 조심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모두 사직동팀의 내사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던 때 일어난 일이다. ‘제3자’와 ‘팩스송신자’는 이런 극비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고위인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정환상씨는 부인 정사장이 구속적부심을 받던 16일 기자들을 만나 이런 사실을 털어놓아 부인이 구속될 경우 ‘폭탄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위협용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호피무늬 반코트 배달 및 반납

특검팀이 배씨와 사위 금모씨의 집 등에서 압수한 청와대 사직동팀의 조사보고 문건을 분석한 결과 연씨가 코트를 반환한 날짜는 당초 연씨가 주장한 1월5일이 아니라 3일 뒤인 1월8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연씨가 코트를 배달받은 날짜도 당초 주장대로인 지난해 12월26일이 아니라 12월19일이라는 연씨의 진술도 확보했다.

연씨는 “딸과 함께 매장에 가지 않은 날 옷을 배달받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26일은 딸과 함께 갔다”며 ‘배달일자가 19일’이라는 특검팀의 추궁에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정씨의 옷값 대납요구

특검팀은 정일순씨가 이형자(李馨子)씨의 여동생 영기(英基)씨에게 시외전화를 건 통화내역을 확보했다. 정씨는 98년12월21일 오전 8시와 22일 오전 8시28분에 전화를 걸어 15∼16분 가량 통화했다.

특검팀은 정씨가 이 통화에서 영기씨에게 연씨의 옷값 수천만원∼1억원을 요구했다고 결론내렸다.

정씨도 통화사실은 시인했다. 영기씨는 “내가 돈을 내겠다고 했더니 정씨가 ‘당신이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며 액수를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신석호·부형권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