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었다가 하루만에 다시 급락했다. 80년 주가지수 100으로 출발한 이래 지난 10년간 네 번째 맞는 1000이다. ‘11월 금융대란설’이 무위로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 덕분에 10월27일 주가지수가 793에서 수직상승한 뒤 심리적 저항선인 1000의 문턱에서 공방전을 계속할 모양이다.
이러한 급등장세는 주가지수 기여도가 높은 최우량 종목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집중매수에 힘입었다. 기관투자가들은 11월 대란설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느라고 적극적인 매수를 하지 못했다.
▼급등후 급락 대비를▼
외국인들이 매매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하더라도 기관투자가들이 매수해 시세를 뒷받침할 수 있으나 우선은 저가매수를 노려 동반매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시장인 코스닥 시장은 기술을 중심으로 한 벤처주식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선물시장도 낙관적으로 장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국제시장도 새 세기를 환영주가로 맞이할 듯이 오른다. 미국시장은 16일 금리를 약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이를 반영한 듯 강세로 넘기고 있다. 호황시장의 특성은 악재가 힘을 못쓰고 호재만 늘어나 투자자를 들뜨게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렇다. 미국시장의 유행을 따라 기술검증이 아직 안된 정보통신 종목들이 급등하는 반면에 하락종목수는 점차 늘어나고 주가지수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주가지수 1000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89년 4월1일 이후 10년간 4번 1000을 능가하였다는 의미외에는 실제로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3주일 만에 27%가 급등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급등 후의 급락’이라는 증권격언을 아는 사람들은 그래서 조정장세를 기대한다.
앞으로 조정장세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 전형적인 급등 후 급락장세가 실현될 몇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석유가격 급등과 통화량 증대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긴축금융을 실시하면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금리를 한자릿수로 묶겠다고 하지만 채권안정기금이나 대우사태처리 및 기타 부실채권 정리로 인해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유동성이 제약되면 금리는 오르게 될 것이다.
둘째, 정치권의 불안정이다. 경제를 건전하게 유지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국회 쪽에서 4월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한 경제외적인 투쟁 때문에 이를 상쇄할 염려가 있다. 한국에서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우선한다는 점에서 국민은 불안하다.
셋째, 기업의 수익이 좋아졌다지만 투자를 기피한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인원삭감 임금동결 금리인하 등으로 기업수익은 대폭 좋아졌지만 부채비율 200% 유지 등으로 인해 신규투자를 못하고 있다. 내년 세계경기가 금년 이상으로 좋아진다고 할 때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과 경쟁할 것에 대비한 생산성 향상 투자를 못하고 있다.
▼실적따져 장기투자▼
넷째, 시장수급면에서 재무구조 개선명령으로 인해 유상증자가 12월에 집중돼 주가상승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나 기타 재벌구조 조정문제는 내년으로 이연되었을 뿐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계속 검은 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이 시기에 개인투자자는 주가의 상승 하락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적 자산가치 업종 경영자 등을 면밀하게 살펴 장기투자를 준비해야 한다. 만약 주가추세만 따르는 뇌동매매를 하다가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말 것이다.
최근 외국인투자동향을 따라가는 투자자들도 많지만 외국인의 투자분석가는 바로 한국사람들로 독특한 전략을 가진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의사결정 과정이 다르고 과거 부실부담이 적으며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을 뿐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주가상승기에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상장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지속하면서 특히 재무제표와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자관계(IR)를 개선해야 한다. 새 세기를 준비하는 데 한국 기업들이 부족한 것은 기술개발 금융전략인데 증권시장은 이들 전략의 전시장인 동시에 격전장이다. 건전한 자금조달 창구로서, 투자자의 재산증식 수단으로서 선진 증권시장으로 지향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기본전략이 돼야 한다.
윤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