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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독서]맥킨지와 마쓰시타

입력 | 1999-11-19 18:10:00


▼'맥킨지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에달 라지엘 지음/김영사 펴냄▼

▼'마쓰시타의 리더십' 존 P 코터 지음/노보컨설팅 펴냄▼

맥킨지와 마쓰시타(松下). 하나는 세계 100대 기업 대부분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는 미국의 일급 컨설팅회사이며 하나는 ‘파나소닉’ ‘내쇼날’ 등의 브랜드로 전세계에서 연간 6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일본의 대표적 가전회사다.

이번 주 나란히 발간된 두 권의 책은 두 세계 초우량기업을 분석한 것. ‘맥킨지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23년 창사 이래 내부비밀로 지켜져온 맥킨지 고유의 문제해결방식을 전직 맥킨지 컨설턴트가 설명하며 ‘마쓰시타의 리더십’은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일대기를 기본 줄기로 삼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 태평양이 있는 만큼이나 기업문화도 차이가 있어 보이고 표면에 드러난 책의 주제도 다르다. 그러나 두 회사가 마치 공동 이념 아래 운영되는 것처럼 닮은 점도 있다.

그 첫번째는 ‘어떻게 사람(직원)의 능력을 기르고 회사에 최선을 다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비전.

먼저 마쓰시타.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공룡처럼 커지는 회사를 소기업형의 부 책임제(사업부제)로 전환하면서 “양심적으로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자기가 회사 사장인 것처럼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는 생산력 향상.

저자인 리더십연구의 권위자 코터교수(미국 하버드대)는 “20세기의 중역은 종종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도 없으면서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일에만 뛰어났던 관리자였다. 그러나 경쟁적이고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성공적인 중역이 되려면 리더나 창업자 이상으로 기업가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마쓰시타는 선구적으로 깨우쳤다”고 설명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몇년간 일류 직장에서 뛰어난 경력을 쌓은 MBA들을 채용하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퍼붓는 맥킨지. 그러나 그들은 일반적인 기준의 ‘똑똑이’들을 원치 않는다.

‘왜 맨홀뚜껑은 원형인가’ ‘미국에 주유소가 몇개나 있을까’라는 문제를 던져놓고 입사후보자가 어떻게 이 미궁을 빠져나가는지를 지켜본다. 맥킨지가 관심있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상대의 ‘분석능력’이다. 이 관문을 통과하고 혹독한 실무훈련을 거치면서 각각의 컨설턴트는 “문제가 있으면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만 달라. 그러면 우리가 가서 그것을 해 내겠다”고 말하는 맥킨지 사람으로 자라난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도 양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해결사 맥킨지의 첫 스텝은 ‘사실에 근거한다(Fact Based)’는 것.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은 ‘사실을 찾고 활용하되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지침을 반복적으로 듣는다.

마쓰시타는 이와 같은 태도를 ‘순응의 자세’라고 명명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곧고 정직한 자세로 대하는’ 것이 ‘순응’이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이 팀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권한과 자율권이 조직 말단의 소집단에까지 이양돼 종업원들이 집단적 지혜를 짜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마쓰시타의 ‘기살리기’ 충고에 귀기울일 일이다. 내부거래, 분식(粉飾) 등에 익숙해 있는 직장인들은 “사실을 외면하면 결국 실패를 자초한다”는 맥킨지의 오랜 경고를 되새겨 봐야 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