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 신드롬' 페트러스카 클릭슨 지음/강미경 옮김/푸른미디어 펴냄▼
아킬레스. 그리스 신화 속 불세출의 영웅. 그러나 발뒤꿈치에 상처를 입으면 죽게 될 운명. 강한 자기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누군가가 자기의 갑옷에 난 구멍을 발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언제나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었다.
‘아킬레스 신드롬.’ 자기 능력에 대한 회의와 불안이 반복되는 정신적 위기를 뜻한다. 주변의 기대가 큰 데 비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는 보잘것 없어 빚어지는 ‘허위능력’의식의 위기다.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기에는 자신이 너무 무능한 인간처럼 느껴집니다. 이번에야말로 사람들이 나를 간파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할 것만 같습니다. 고객과 동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합니다.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잘 나가는 광고 회사 간부의 고백. 객관적으로 볼 때 그의 능력은 확고했고, 그는 그 뒤에도 모자람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그의 불안감과 열등감은 가셔지지 않았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상기해 보자. 황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들은 뒤 “음표가 너무 많아” 한마디를 던지고 퇴장해 버렸다.
그의 무지한 발언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는 얼마나 외로운 존재였을까.
모든 분야에 걸쳐 식견을 내세워야 하고, 무시당해서는 안된다는 강박으로 휩싸인 황제라는 지위….
우리 중 많은 사람은 저마다의 능력과 식견에 의해 자기 분야의 황제가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상에 잘못 덧붙여진 오해의 상찬(賞讚)은 없는지, 그 신화가 언제 허물어질지 두려워하게 된다.
바로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자문해보자. 당신은 진정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자신에 대한 불신은 한낱 신경증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단점을 인정하고 까발려라 △수치심과 정면 대응하라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를 찾아라 △변화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모두 수용하라는 등의 해법을 제시한다.
외부에서 정의하는 자신의 모습을 좇을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때, ‘남들이 기대하는 능력 중 무엇 하나 내게 없을지라도 내게 변하는 것은 없다’라는 느긋한 마음가짐을 가질 때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는 것.
아킬레스 신드롬은 우리 사회에 감기처럼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증상은 아닐까. ‘하라면 해’라는 강요가 횡행하고, ‘어렵다’는 고백은 주어진 조건과 관계 없이 무능과 동일시되고, 어려움을 나누어 맡으려는 양보정신이 미약한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302쪽 1만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