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죄화의 이론' 임웅 지음/법문사 펴냄▼
환경범죄, 컴퓨터범죄, 생명공학관련범죄, 경제범죄 등 신종범죄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그때마다 새로운 형벌규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국가형벌권행사의 ‘자제’를 강조하는 형법정신은 형사입법이나 형법해석에서 형벌만능주의와 엄벌주의를 경계하면서 형법의 규모를 축소하고 형벌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형법학자들의 노력은 대부분 새로운 형벌법규를 발굴하고 형벌의 강도를 높이는 데 기울여져 왔다. 이에 대해 형법의 군살빼기 작업을 주장하는 논의가 ‘비(非)범죄화론’이다.
성균관대 법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경미범죄, 안락사, 국가보안법, 성범죄 등을 논하며 부당한 처벌법규의 폐지와 온당한 법률해석을 통한 형법의 군살빼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기소유예제도나 선고유예제도와 집행유예제도를 활용하여 가급적 인신구금을 피하도록 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종결지으면서 전과기록을 남기지 않는 범칙금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시한다.
안락사의 경우 회복불능의 말기환자는 삶과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보고 환자의 인공생명유지장치 제거뿐 아니라 적극적 의료시술을 통한 안락사까지도 허용할 것을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그 위헌적 성격을 면밀히 지적하며 폐지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형법전 내에 마련하는 것이 정도라고 역설한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부도덕한 행위와 범죄가 서로 구별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성적 일탈행위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동성애 간통 혼인빙자간음 단순윤락행위 등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되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별도의 성범죄 처벌규정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64쪽 1만3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