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권력의 역학에 편승하는 패거리주의, 마술적인 상업주의를 비판한다. 권력이 되어버린 반(反)지성과 인정주의를 문학판에서 몰아내겠다.”
70년생 소장 문학평론가 3명이 ‘전망을 지닌 비판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깃발을 치켜들었다.
▼ 소장평론가 3인 공동 편집 ▼
문학·문화종합 무크지 ‘비평과 전망’ 첫호를 내놓은 문학평론가 이명원 홍기돈 고명철. 각각 편집위원을 맡아 기획과 지면의 공동 책임을 진다. 이들은 문예지의 지면을 통해 이름을 익혔을 뿐, 안면은 없던 사이. 따라서 ‘동지’(同志)일 뿐 ‘동류’(同類)는 아니다.
첫 호에 펼쳐놓은 지면의 짜임새 역시 창간선언문에 못을 박듯 공격적이다. 직접 집필한 기획 특집 ‘90년대 한국문학 비평의 계보학’에서 세 사람은 권성우 이광호 한기 등 대표적 90년대 비평가들의 담론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해부의 칼날을 들이댔다.
“‘신세대 문학론’이 제기되던 90년대 초, 평론가들은 신세대들이 ‘전망을 상실한 세대이므로 욕망의 문제에만 집착한다’고 분석했죠. 그 시대에 우리 세대 역시 나름대로 시대의 과제를 좆으며 치열한 전망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 첫호 표지인물 권성우 올라 ▼
홍씨는 “우리 세대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주제로서 90년대 비평을 문제삼았다”며 기획특집의 의도를 소개했다.
추상적 도안이나 목차를 표지에 펼쳐놓는 기존 문예지와 달리 과감히 ‘인물’을 표지에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첫호의 표지인물은 평론가 권성우. 이씨는 “현재 국면에서 가장 비평과 성찰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매회 표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기획특집 첫 글인 ‘비난의 수사학에서 비판의 해석학으로’에서 “권씨가 ‘문학적 진정성’이라는 주관적 개념을 사용해 구체적 비판을 결여했다”고 꼬집으면서도 ‘그가 어떤 문학적 권력 유파에도 소속되지 않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창간호 표지인물로 ‘찍힌’ 권성우는 “일부 평문에서 보이는 ‘적나라한 언어의 글쓰기’의 위험에 대해 깊이 성찰했으면 한다”는 충고를 보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