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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모님들과 '참 아줌마'

입력 | 1999-11-19 19:40:00


사모님 몇사람 때문에 나라가 너무 시끄럽다. 그 고관집 사모님들은 IMF 경제난에 너나없이 신음하던 시절에 고급 옷집에나 떼로 몰려다니며 입어보고 걸쳐보면서 덕담을 주고 받았다. 고관 남편의 위세를 빌려 비싼 옷을 거저, 혹은 헐값에 얻어 보려는 욕심이 생겼을까. 어떤 사모님은 권력기관 사모님 덕에 곁다리로 한 벌 얻어 입고 싶었던 것일까. 내용이야 아직 특별검사팀이 조사중이라지만 그들의 한심한 행적만은 분노를 사고 있다.

사모님들의 빗나간 행각은 이어진다. 마침내 고급옷 로비의혹이 불거져 국회라는 신성한 민의의 전당에 불려나가 “사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까지 하고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댔다. 사전에 그들끼리 국회증언의 진술이 아귀가 맞아야 하니까 말을 맞추자고 한 사실도 드러난다. 각본을 믿고 국회 청문회에서 더러는 웃음으로 여유를 과시하며, 더러는 눈물을 훔치고 때론 고함으로 항변하던 사모님들의 앙큼한 연기(演技). 이제 특검조사가 시작되자, 그나마 ‘말맞추기’언동을 몰래 녹음해둔 측의 배신 폭로로 또한번 추하고 음습한 막후(幕後)가 들춰지고 있다.

나락의 아귀다툼 같은 ‘죄지은’ 사모님들의 추태는 우리를 한없이 서글프게 한다. 이 나라의 타락한 사모님 상을 송두리째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런 현실이기에 엊그제 서울에서 보통 아줌마 100여명이 창립한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는 이름의 모임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우선 그들이 내놓은 ‘아줌마 헌장’ 가운데 ‘사치와 외제를 좋아하는 아줌마들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이땅에서 공짜 문화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남편의 돈과 힘에 기대어 과소비와 과시욕으로 텅빈 시간을 채워 나가는 타락한 사모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백해무익(百害無益)하고 타락한 사모님들을 배척, 소박 검약하고 겸손한 자세로 이웃에 봉사하는 주부들이 중심을 잡는 세상을 만들자고 보통 아줌마들은 팔을 걷었다.

사모님이 아니라 아줌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이 사회에 신선한 산소(酸素)같은 아줌마가 되자는 다짐도 너무 반갑다. 남의 어려움은 나의 일로 여기고, 적극 돕자는 대목도 고관 사모님들의 행태와는 퍽 대조적이다. IMF상황속에 남이야 죽건 말건 고급음식을 즐기고 고급옷집에나 몰려 다니던 것이 고관 사모님들 아닌가. 나와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반성하자는 대목, 그리고 ‘목표가 없으면 타락한다’는 구절 또한 기막히게 사모님들의 행태를 비추는 거울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