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는 어디를 가나 거짓말이 판을 친다. 특히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이젠 예삿일처럼 됐다.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을 만큼 서로 거짓말을 해댄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유교문화 전통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기독교 사회인 구미(歐美)와 달리 우리 사회는 정직보다는 정(情)을 더 중시하는 전통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公的) 장소에서의 거짓말은 심각한 문제다. 8월의 옷로비의혹사건 국회청문회는 장관급 부인들과 의상실 주인의 ‘거짓말 경연대회’ 같았다. 당시 어떤 부인은 성경까지 들먹이면서 거짓증언을 했다. 대질신문을 받은 여성 4명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틀림없는데도 국회는 속수무책이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특별검사팀이 위증한 부인을 가려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미국의 증인들은 장소가 법정이든 의회청문회장이든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한다.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이 하나님에게 맹세하기 때문인지 위증은 좀처럼 없다. 우리의 증인들도 역시 선서를 한다. 미국과 다른 점은 성경 위에 손을 얹지 않는 것뿐이다. 신(神)이 아닌 인간에게 선서하기 때문일까. 손을 내리자마자 거짓말을 하는 것이 우리네 모습이다. 국회청문회에서의 위증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법정에서의 위증은 수없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위증이 판치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철저히 가려내 처벌하지 않는 법운영의 현실이다. 둘째, 보복의 두려움이다. 이른바 ‘뱀굴이론’에 따르면 시민이 국가에 의해 뱀굴에 던져질 때(증언요구) 국가는 철저한 보호의무가 있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셋째, 정과 의리라는 독특한 문화적 요인이다. 위증은 옷사건에서 보듯이 엄청난 국가적 낭비를 초래한다. 결코 용서해선 안된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