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김대중(金大中·현 대통령)평민당 총재의 1만달러 수수 및 불고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가 결국 ‘수사검사를 수사해야 하는’ 초유의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내부에는 당시 서경원(徐敬元)전 의원과 김대통령을 조사했던 이상형(李相亨)경주지청장과 서전의원의 보좌진을 조사했던 안종택(安鍾澤)서울 서부지청 형사1부장에 대한 22일 소환조사를 앞두고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임승관(林承寬)서울지검 1차장검사는 21일 “‘수사와 기소’라는 통상적인 검찰 업무처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는 것이 무척 곤혹스럽다”고 말했다.그는 “수사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필요한 최소한으로 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검사의 소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향후 검사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많고 일선 후배검사들의 사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협조요청문’까지 언론에 배포했다.
‘재조사 수사팀’과 ‘당시 수사팀’이 가장 큰 견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서전의원의 귀국당일 환전했다는 2000달러가 문제의 1만달러의 일부냐’는 것.
당시 수사팀은 “서전의원이 88년8월 북한을 방문한 뒤 미국 일본 등을 거쳐 들어왔는데 교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즉 2000달러와 1만달러는 전혀 별개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임차장검사는 21일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그는 “당시 수사기록에도 ‘서전의원은 3000달러를 갖고 출국했으며 북한에서 5만달러를 받은 뒤 일본에서 700달러를 썼고 4만9300달러만 들고 귀국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서전의원이 비서관에게 맡긴 3만9300달러의 사용처는 이미 확인된 만큼 누락된 2000달러 환전 영수증은 ‘문제의 1만달러’ 중 일부임이 확실하다는 것.
‘문제의 2000달러’의 성격을 놓고 ‘구(舊)공안검사’와 ‘신(新)공안검사’들이 벌이는 설전(舌戰)에서의 승자와 패자가 어떻게 가려질지 검찰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