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지역 취수장 인근 등 낙동강 하류에서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것만 보면 ‘늘 제기되는 오염 얘기겠지’정도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보고는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되새겨 봐야 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호르몬의 영향 연구를 위해 채취된 수컷 잉어 61마리 중 9마리가 이미 암컷화했다는 것이다. 유병호(柳炳昊)경성대교수와 일본 전문가 4명의 연구결과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경각심이 풀어진 듯한 요즘이다. 수입육류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왔다 해서 난리를 친 게 불과 몇달 전인데 말이다. 사실 환경호르몬 문제는 더욱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환경호르몬은 환경중에 배출된 화학물질이 몸 안에 들어와 호르몬처럼 작용,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거나 생식기능 및 중추신경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계에 70여종이 보고돼 있는 환경호르몬은 대부분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낙동강 하류의 환경호르몬은 크게 두가지 점에서 심각하다. 하나는 생태계파괴다. 잉어 수컷에 암컷의 단백질인 비테로게닌이 생성돼 정자수 감소, 생식기 퇴화 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도 지적됐지만 이로 미루어 다른 어류나 갑각류의 양상도 같으리라고 추정된다. 또 하나는 검출 수역이 부산지역 취수장 근처라는 점이다. 물론 수돗물은 정수 과정을 거쳐 가정에 공급된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은 잘 분해되지 않는 물질임을 명심해야 한다.
환경호르몬만이 수질오염의 현상은 아니다. 낙동강에서는 7월20일 신경독소를 함유한 맹독성 남조류 아파니조메논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는 독성이 일반 남조류의 4배나 된다고 한다. 골격세포 마비와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신경전달체계를 무너뜨리는 게 신경독소 물질이다.
오염이 낙동강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역 상수도 취수장 25곳 중 19곳에서 발암 및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세 종류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그 중 헵타클로로 검출치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800여배나 됐다.
환경부는 19일 10월중 4대강 수질오염도 자료에서 낙동강 수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발표가 맞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학계의 연구결과와 정부 발표의 차이를 보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정부가 우선 과학적 근거와 기준에 따라 조사할 것은 조사하고,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 그래야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