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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왼손의 피아노 마술사' 라울 소사, 26일 내한연주회

입력 | 1999-11-23 18:51:00


98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라울 소사의 왼손이 스트라빈스키 ‘불새’의 마지막 트릴(떨림)을 훑어내자 객석은 일시에 환호성으로 휩싸였다.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소사가 앙코르곡 세곡을 연주하고 사라질 때까지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콘서트 현장은 왜 그리도 뜨거웠을까. 첫째, 소사는 오른손 손가락 마비로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한손 연주가라는 점. 둘째, 눈 감고 들으면 ‘다섯손가락’만의 소리임을 전혀 눈치챌 수 없는 고도의 테크닉을 갖고 있기 때문.

‘왼손 연주가’로 전세계를 누비며 활동 중인 라울 소사가 두번째 내한연주를 갖는다. 26일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캐나다 출신인 소사는 쇼팽 콩쿠르, 반 클라이번 콩쿠르 등에 상위입상하며 승승장구하다 79년 길에서 넘어져 세번째 네번째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것. 그러나 그는 왼손 피아니스트로 성공적인 삶을 개척했다.

아무리 신기(神技)를 펼쳐도 왼손만으로 ‘표준’ 피아노 레퍼토리를 연주할 수는 없다. 다행히 왼손 피아니스트를 위해 작곡된 작품들이 있다. 유명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은 1차대전 때 오른손을 잃은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을 위한 작품. 이밖에는 기존의 피아노곡이나 관현악곡 등을 왼손 연주를 위해 특별히 편곡한다.

소사에게는 최근 일대 사건이 생길 뻔했다. 3월 수술을 받고 오른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담당의사로부터 ‘무리하지 않은 게 좋다’는 권고를 받고 양손 연주계로의 복귀는 포기했다.

공연 주최사인 오퍼스21 관계자는 “앙코르 연주에서는 양손연주를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아일보사 후원. 02―757―1319(오퍼스21)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