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좋아서 시작했고 끝내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야구스타 선동렬의 은퇴는 갑작스러워 충격적이었을까. 축구스타 김주성(33·부산 대우)의 은퇴는 이미 예고된 탓인지 팬들이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록만으로 따지면 김주성이 선동렬 못지않다. 3연속 월드컵 출전, 아시아 MVP3연패(89∼91년), 87프로축구 신인왕, 97프로축구 MVP….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7일 속초에서 김주성을 위해 프로올스타를 모두 출전시킨 가운데 은퇴경기를 갖는 것도 그의 26년 축구인생에 그만한 업적이 있기 때문이다.
“운동했던 기억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노력한 만큼 이루어낼 수 있었기에 더 값진 시간이었어요. 그러나 이젠 과거 선수생활에 얽매여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현재 경성대 스포츠사회학 박사과정 4학기를 밟고 있다. 훈련만 빼곤 연구실을 지켜왔기에 최근엔 공부할 시간이 더 늘었다.
내년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월드컵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논문을 쓸 생각. 이후 미국 유학도 다녀오고 싶다.
그는 “일선 지도자로 뛸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다만 체육과학을 공부하면서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추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월드컵에 세번이나 나갔지만 월드컵은 늘 ‘하나의 벽’이었다. 축구팬은 현실을 모른 채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바란다. 그러나 개인실력을 갈고닦을 마당이 없는 데 어떻게 월드컵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어렵지만 축구를 잘하기 위한 외부환경을 바꾸는 데 온 몸을 던지려 한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한다”는 그는 “팬들이 그렇게 기억해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행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김주성의 모든 것▼
△66년 1월17일생
△1m77, 74㎏
△중앙고→조선대→한양대 교육대학원→경성대 체육학 박사과정
△86년 멕시코월드컵 출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우승, 87년 부산 대우 입단(신인왕), 유니버시아드 준우승, 88년 아시안컵대회 MVP,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출전, 다이너스티컵 MVP, 92년 독일 분데스리가 보쿰클럽 입단, 94년 미국월드컵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