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경기상승에 따라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주요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달 중순경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시장금리는 23일 3년만기 회사채와 국고채 수익률이 0.24%포인트씩 뛰어 시장관계자들을 긴장시키더니 24일엔 잠깐이지만 두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자릿수 회사채 금리는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9월29일(연 10.02%) 이후 7주만에 처음.
이날 서울 자금시장에선 투신권의 급매물이 쏟아져 나와 회사채금리가 장중 한때 연 10.01%까지 뛰었다가 채권안정기금의 개입으로 전일보다 0.18%포인트 떨어진 연 9.75%로 마감됐다.
3년만기 국고채는 전일보다 0.27%포인트 하락한 연 8.60%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매수여력이 바닥난 채권안정기금에 다음주중 10조원을 증액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이 발표에 힘입어 채권안정기금은 이날 2조원 어치를 사들여 치솟는 금리의 고삐를 가까스로 잡았다.
▽금리 왜 오르나〓지표상으로는 회사채 금리가 연 9%대를 유지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느끼는 체감금리는 사실상 두자릿수라는 게 채권딜러들의 중론.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은 수익증권 환매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해야할 처지인 투신권이 보유채권을 꾸준히 내놓는 반면 현재의 가격수준에서 채권을 사려는 세력은 자취를 감췄기 때문.
신영증권 채권부 박성진(朴成振)대리는 “향후 금리전망이 불투명한 탓에 ‘먼저 사면 손해’라는 심리가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며 “일부 급매물만 싼값에 소화될 뿐 정상적인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3·4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12.3%에 이르는 등 거시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내년초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된 것도 금리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말결산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신경을 써야 하는 금융기관들이 위험가중치가 100%인 회사채는 가급적 팔아치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고채보다는 회사채 금리가 더 불안하다는 분석.
한화증권 채권영업팀 최현철(崔炫喆)차장은 “앞으로 회사채금리는 정부 개입의 강도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연내에 두자릿수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 대책과 전망〓금융당국은은행들이채권안정기금이보유중인 채권을 사주는 방식으로 10조원을추가로조성할방침이지만 효과는 미지수. 당장 은행들이 “매입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고 채권기금측도 ‘금리구조 왜곡의 주범’이라는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내심 서둘러 해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금리불안→금융시장 불안→주가하락→시장개입’의 악순환을 걱정해 금리안정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종창(金鍾昶)상임위원은 “채권기금 조성으로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한은의 환매채권(RP) 매입규모를 확대해 유동성을 넉넉히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딜러들은 그러나 “통화당국이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어떤 원칙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운용할지 좀더 분명한 신호를 내놓아야 거래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재·박현진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