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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황새' 황선홍 J리그 득점왕 낚아채다

입력 | 1999-11-24 19:46:00


‘황새’ 황선홍(31·세레소 오사카)이 일본에서 훨훨 날았다. 황선홍은 23일 홍명보가 있는 가시와 레이솔과의 원정경기에서 한 골을 추가해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25경기에서 24골. 이중 10골을 80분 이후에 넣어 ‘골의 가치’도 높다. 2위 바론(제프 유나이티드)과는 7골차. 27일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아있지만 일본프로축구(J리그) 사상 첫 한국인 득점왕은 이미 떼논 당상이다.

국제전화를 통해 그의 심경을 들어봤다.

“지난해 8월 일본에 건너온 이후 올초까지는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텃세’가 심해 90분 내내 연결해주는 패스는 몇차례에 불과했고 이 때문에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지난시즌 11경기에서 6골. 일본 언론은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의 명성에 못미쳤다고 혹평했다.

올시즌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개막 경기를 5일 앞두고 허리를 부상한데다 ‘봄을 유난히 타는’ 체질이어서 벤치 신세로 물러났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개막후 7번째 경기인 4월17일 시미즈 에스펄스전. 이날 한 골을 넣은 황선홍은 이후 거의 매경기 골을 추가해 나갔다. 2라운드 들어서는 5경기 연속골 퍼레이드를 펼쳤고 9월18일 빗셀 고베전에서는 첫 해트트릭도 기록했다.

“노정윤의 어시스트와 레네 전 천안 일화 감독의 믿음이 큰 힘이 됐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즐기려 한 것이 슬럼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비결이었습니다.”

이젠 동료들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투톱 짝꿍 니시자와는 “황선홍을 보고 배우는 점이 많다”며 추켜세웠고 골키퍼 시모카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요하게 골을 노리는 황선홍과 같은 팀이 된게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 훈련량이 많지 않은 일본에서는 효율적으로 쉬는 것도 중요하다. 올초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 “고베까지 자동차로 40분밖에 안걸려 김도훈 하석주 최성용과 라운딩을 즐겨요. 아직 걸음마 단계라 최고 기록은 101타입니다.”

황선홍은 최근 경기 일산에 빌라 한 채를 마련했다.

“최근 수원 삼성 샤샤와의 맞교환설이 나왔다는데 금시초문이에요. 아직까지는 일본에서 더 뛸 생각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은퇴는 한국에서 하고 싶습니다. 집을 산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